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여당…해결책없이 여전히 논쟁만 [투자360]

세제개편안 실망감에 1일 ‘블랙 프라이데이’…코스피 -126P?-0
세제개편안 반대 청원에 11만명 동의
“세제개편 재검토” vs “국장 안 무너져”…與 내부 논쟁 중

지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번엔 정말 코스피 지수가 4000 고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민생 1호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을 때 정부와 여당의 주가 부양 의지도 이번만은 진짜라 믿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컸던 만큼 실망도 너무 큽니다. 또 한 번 속은 국장에 앞으로 투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김모 씨·39·서울 강남구)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이 정부와 집권 여당의 자충수로 흔들리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약속한 각종 주가 부양책에 희망을 가졌던 동학개미(국내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의 투심이 증시 부문 ‘증세’란 뒤통수를 맞고 싸늘하게 식으면서다. 기존 공약이 당정 논의 과정에서 변질되고 후퇴한 주요 논리는 ‘부자 감세·세수 부족’ 방지였지만, 정작 국장에 대한 투심 위축의 피해는 개미가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란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극대화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나 급락한 3119.41에 장을 마쳤다. 일명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로 불린 지난 1일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 쇼크가 불어닥친 지난 4월 7일(코스피 -5.57%)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 급락 장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한목소리로 꼽는다.

당장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35%(지방세 포함 38.5%)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점은 고배당주로 분류된 금융·보험·지주사주의 급락세로 당장 나타나는 모양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법안으로 제시했던 25%보다 10%포인트나 높아진 점에서 선반영된 시장 기대감이 급격히 빠지는 것을 당연한 수순”이라며 “배당소득이 큰 대주주 입장에선 배당 확대 유인도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거래세율 0.20%’ 복원도 개미, 특히 거래 빈도가 높은 단기 투자자에겐 크게 불리한 조건이다. 수익과 상관없이 매매 시 부과하는 세금이란 점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윤석열 정부 당시 완화한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재하향하는 것도 개미에겐 잠재적 피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양도세를 피하려는 대주주들이 매년 연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대주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면서 “연말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투심을 악화시키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주주 양도세 기준 변화는) 대형주의 장기 보유 유인을 저해한다”면서 “단기적으로 연말 매도 및 수급 악화, 일시적 주가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에게는 부과하지 않는 세금을 내국인에게만 부과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한다.

과세 기준 변경이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제 개인 투자자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국회 국민 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에 대한 동의 인원은 11만명 선을 넘어섰다. “양도소득세는 대주주가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이지만, 세금 회피용 물량이 연말에 나오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겠는가. 코스피 붕괴를 막기 위해 청원한다”는 지난달 31일 청원 글엔 하루 만에 5만명이 동의했고, 10만명 선을 넘기는 데는 닷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재 국회 정식 접수 요건을 충족해 상임위원회로 이송될 예정이다.

개미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정책을 펼치는 정부·여당 내에선 여전히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더 문제다.

앞서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을 통해 세제개편안 ‘재검토’를 언급했다. 당내에서도 이소영 의원 등이 세제개편안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제개편안 재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세제개편안 마련에 참여했던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세제개편안 재검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 전 의장은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 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 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하지만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국내 증시가 주식 시장 레벨업을 위한 정책들이 연이어 쏟아진다는 기대감에 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지만, 시장 기대와 180도 다른 정책 방향성으로 인해 신뢰감 자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지금 국면에선 가장 중요하단 조언도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 의무 소각, 상법 개정 등 후속 정책과 개인-외국인 투자자의 잠재 수급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면서도 “향후 국회 통과 과정에서 개인-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실망감을 줄일 수 있는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