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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치로와 작별한 '이치미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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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너스 열성팬 프란츠씨, 1996년부터 모든 홈경기 관람

'안타 전광판' 만들어 유명세

은퇴를 선언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46)는 지난 21일 미 프로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일본 도쿄돔)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인사했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던 이치로는 오른쪽 외야석 앞에서 잠시 멈춰 누군가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 자리엔 '이치미터 여인(Ichimeter lady)' 에이미 프란츠(47)씨가 있었다. 프란츠씨는 검은색 바탕에 녹색으로 '4367(이치로의 미·일 통산 안타)'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흔들었다. 멀어져 가는 이치로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조선일보

스즈키 이치로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4367(이치로의 미·일 통산 안타 기록)'이 쓰인 손팻말 '이치미터'를 들고 있는 에이미 프란츠씨. /인스타그램 캡쳐


프란츠씨는 매리너스의 열성팬이다. 그의 가족은 1996년부터 시즌권을 끊고 매리너스의 모든 홈경기를 관람했다고 한다. 이 여성이 유명해진 건 이치로가 MLB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262개)을 세운 2004시즌. 프란츠씨는 당시 매경기 우측 외야 관중석에 앉아 직접 만든 '안타 전광판'을 들고 이치로가 안타를 때릴 때마다 숫자를 바꿔 달았다. 매리너스 홈경기 때마다 그의 모습이 대형 전광판,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이치미터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4년 프란츠씨가 제작한 '262(이치로가 세운 안타 기록)' 팻말은 현재 MLB 명예의 전당에 보관 중이다.

2012 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이치로는 감사 표시로 자신이 쓰던 배트와 스파이크를 프란츠씨에게 선물했다. 이치로는 자필 편지에 '당신의 특별한 응원이 내게 힘을 준다'고 적었다. 이후에도 이치로가 시애틀 원정 경기를 올 때면 두 사람은 캐치볼을 하거나 다정히 셀카를 찍으며 우정을 이어갔다. 지난해 이치로가 매리너스에 복귀하자 가장 반긴 사람도 프란츠씨였다.

프란츠씨는 이치로가 출전하는 이번 개막전을 보기 위해 도쿄까지 약 7700㎞를 날아왔다. 그의 마지막을 직감한 듯했다. 도쿄돔에선 프란츠씨를 알아본 사람들의 사진·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경기가 끝나고 야구장 밖에선 그와 셀카를 찍기 위해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프란츠씨는 "이것 역시 나의 즐거움"이라며 한 시간 넘게 모든 사람과 사진을 찍었다. 도쿄돔에서 자신의 '스타'를 떠나보낸 그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이치로, 당신은 내 인생의 큰 부분이었습니다. 전광판에 숫자를 바꿔 달았던 매순간을 간직하겠습니다. 난 영원히 당신의 팬입니다.'

[도쿄=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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