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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 ‘보좌관’ 도은비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 걱정 인형 안고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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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좌관’에서 9급 행정비서 ‘노다정’을 연기한 신예 도은비. 사진ㅣ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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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도은비(26). 아직 이름조차 낯선 이 신인배우. 그런데, 데뷔작으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포진한 드라마 ‘보좌관’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송희섭(김갑수) 의원실의 9급 행정비서 ‘노다정’ 역을 맡아 ‘퇴근 요정’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름처럼 다정하지 않은, 까칠한 행정비서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시청자들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

최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도은비는 극중 캐릭터와 달리 밝고 유쾌했다. 열 여덟 여고생처럼 ‘까르르’ 웃음이 넘쳐났고, 털털하고 사랑스러운 매력도 뚝뚝 묻어났다. 인터뷰 중간에 “시켜주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농담처럼 외쳤지만,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열정도 보였다.

도은비는 “몇 개월 전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던 제게 상상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며 꿈 같았던 촬영 시간을 돌아봤다. 다음은 도은비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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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되려고 준비하던 도은비는 대학로에서 본 연극 한 편으로 꿈을 바꿨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Q. 첫 작품이 ‘보좌관’이다. 운이 좋았던 건가

그렇다. 이전에 준비하고 있었던 독백들 위주로 준비해갔다. 우연히 제가 들고 간 독백이 아이유가 ‘나의 아저씨’에서 한 것이었는데, ‘노다정’ 역할과 비슷하다. 감독님과 첫 대면했을 때 너무 떨리고 말실수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쟤 참 밝은 애야’ ‘긍정적인 애야’라고만 생각해주길 바랐다. 무슨 질문을 했는데 해맑게 답하니까 좋게 보신 것 같았다.

Q.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회사) 과장님이 우셨다. 너무 좋고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있었다. 첫 작품인데 진짜 엄청난 대선배들과 같이 하는 거니까 ‘그분들에게 폐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다. 걱정인형을 등에 안고 지냈던 것 같다.

Q. 어떻게 보면 묻힐 수도 있는 배역인데, ‘노다정’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혼자 다정이를 그리기엔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그런데, 다정이에 대한 뼈대를 감독님이 설명해주셨다. 많은 도움이 됐다. 행정비서지만 ‘조금 더 다가갈 수 없을까’ 생각했다. 주로 의원실 안에서만 연기를 하다 보니 자칫 갇힌 연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 일단 9급 행정비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아봤다. 영수증 붙이는 일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주일 이주일 영수증을 붙이는 연습을 했다. 실질적으로 붙이려고 하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 단순한 일 같지만 뜯기고 찢어지기도 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구나 했다.

Q. ‘노다정’은 이름처럼 다정하지 않았다

차갑고 무심하기도 하다. 다정이의 말투는 톤부터 다운시켰다. 틱틱 대는 것 같기도 하고. 앉아서만 수동적으로 뭔가를 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장면들도 많이 생각했다.

Q.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출연했다. ‘살아있는 연기 공부’의 장이었을 듯 하다

정말 공부가 많이 됐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기 신기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한 번은 김갑수 선배님이 엘리베이터 신 리허설을 하면서 ‘대사를 쳐도 된다’고 팁을 주셨다. 촬영 초반이라 의기소침하고 눈치도 보고 있었는데, 선배님의 조언으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 전엔 시도도 안했는데 ‘부딪혀봐야 얻을텐데 그러지 못했구나’ 깨달았다. 당시엔 많이 긴장하고 겁을 먹었던 때여서 선배님의 말 한마디로 긴장도 풀렸다.

Q. 이정재 배우와 나눈 얘기는 없나

이정재 선배님은 대본 리딩 때 처음 봤는데, 광채가 나더라. 그 쪽만 조명을 틀어둔 건가 싶었다. 한번은 단체 신에서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는지 내 표정이 어떤지도 몰랐는데, 카메라가 직접 잡지 않을 때도 연기하라고 따뜻한 말씀으로 조언해주셨다. 신민아 선배님과 이엘리야 선배님도 인상적이었다. ‘천상계’ 같았다. 너무 아름답고 매력이 넘치셔서 넋을 놓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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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비는 오는 11월 방송될 ‘보좌관’ 시즌2에서 더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Q. 요리사를 꿈꾸다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고

요리는 제 꿈이었다기 보다 어머니가 하고 싶은 꿈이었다. 그래선지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취미랑 직업적으로 할 때랑 많이 다르다. 원래 꿈은 개그우먼이었다. 장래희망 란에 ‘코미디언’이라고 쓴 적은 있지만 배우는 써본 적 없었다. 갑자기 웬 연기? 저도 신기했다.

Q. 계기가 있나

연극 ‘옥탑방 고양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데 환희에 찬 눈물을 흘리는 배우의 모습을 보고 ‘이거구나’ 싶었다. 완전히 연극에 빠진 거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다. 안 하고 포기하면 억울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영화 ‘밀양’을 딱 한번 보고 전도연 선배님의 팬이 됐다. 그 영화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자리를 못 떴다. 눈물 흘렸으니까. 그분의 정보를 다 찾아보고 본 영화를 또 보고 또 보고 일주일내내 봤다. 영화 ‘생일’ 시사회 때 멀리서 뵌 적이 있는데, 저는 오로지 전도연 선배님만 보였다.

Q.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

‘쟤는 뭐가 되려고 저러고 다니나’ 하셨다. 제 스스로도 미래가 불안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부모님에게 가서 연기의 길을 가겠다 했다. 그리고 “서른 살까지 안 뜨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연기로나 비주얼적으로나 저보다 훨씬 우월한 과 선배들이 연기자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고민할 때도 있었다. 4학년 2학기 때 연기 학원 선생님 일을 했는데, 열정적인 학생들을 보면서 갈증이 커졌고, 나도 열정이 넘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슬럼프가 와도 저는 열정적일 것 같다. 돌아와서 이룬 꿈이다. 저에겐 값지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Q. 배우로서 목표는 뭔가

앞집 사람이 저를 알아보는 것.(웃음) 그보다 더 첫 목표는 신인상이다. 저도 똑같다. 서른 살 때까지 신인상 타면 배우로서 입지가 생겼구나 할 거니까.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구나, 나름 대견할 것 같다.

Q. 시즌1을 끝낸 소감은 어떤가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지만, ‘다음 번에 더 잘하자’ 싶은 욕심이 난다. 시즌2에서는 더 캐릭터를 살리고 싶다. 시즌1에선 ‘칼퇴 요정’으로 불렸는데, 2편에선 수식어가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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