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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크래시’ 이민기의 억울한 10년?..사고차량에 충격흔적 없었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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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재동 객원기자] 21일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4회는 차연호(이민기 분)에게 전해진 우편물로 시작됐다. 우편물에는 달랑 「새벽시간 운전자, 길가에 신혼부부 충격해 사망,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이란 제하의 2014년 10월 3일자 기사가 들어있었다.

느닷없이 날아든 10년 전 기사. 이 기사는 비단 차연호 뿐 아니라 사건 당시 목격자로 진술한 양재영(허지원 분), 표정욱(강기둥 분)과 당시 사고로 딸 이현수를 잃은 아버지 이정섭(하성광)에게도 전해졌다.

기사를 접하고 차연호가 회상한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차연호는 유학을 일주일 앞두고 카이스트 기숙사의 짐을 찾으러 새벽시간대 차를 끌고 나선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맘에 들지 않았던 차연호는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꺼내다 조수석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차연호가 CD를 주워든 순간 경적음과 라이트 불빛이 쏟아들고 차연호는 서둘러 핸들을 꺾는다.

차의 진행 방향엔 마침 건널목을 건너던 이현수와 남편이 있었고 차연호는 놀라서 질끈 눈을 감은 채 길가에 정차 중이던 트럭의 후미를 들이박는다. 그렇게 사건은 차연호의 전방주시 태만에 의한 사고로 귀결됐다.

이 회상신에서 이채로운 대목이 있다. 트럭에 충돌하기 직전 차연호의 차량은 외관이 말짱했다. 충돌 직전 이현수와 남편을 먼저 충격했다면 그 흔적이 보닛과 앞 유리창에 남았을텐데 말끔한 채로 트럭에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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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8세 고등학생 목격자였던 양재영(허지원 분)과 표정욱(강기둥 분)의 반응도 심상치않다. 그들에게 전달된 10년 전 기사를 거론하며 양재영은 말한다. “교통사고 기사. 혹시 경수 아냐?” “한경수가 왜?”라 되묻는 표정욱에겐 “모르지. 돈이 필요한 지. 걔 아니면 그거 아는 놈이 누가 있어?”라 대꾸한다.

즉 당시 사건은 드러나지 않은 내막이 따로 있고 그 내막은 양재영과 표정욱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만큼 그들에게 불리한 내용일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

아들 표정욱으로부터 남강경찰서 TCI에 차연호가 재직 중이란 말을 들은 본청 중대범죄 수사과 과장 표명학(허정도 분)의 반응도 심각하다. 당시 표명학은 피의자 차연호를 상대로 “운전중에 CD를 주우려고 고개를 숙이셨다? 그럼 전방주시 태만이네.”라며 몰아가듯 취조를 했었다.

원래 당초 담당형사는 대전 은성경찰서 교통계 소속의 정채만(허성태 분) 경위였지만 사고 발생 9일 후인 10월 12일자 ‘신혼부부 교통사고 담당 수사관 징계’ 제목의 기사는 담당 수사관이 경질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채만의 징계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정채만이 “안밉습니까, 차연호?”물었을 때 이정섭(하성광)이 “저 애도 피해자야!”라 답한 대목도 당시 사고가 드러난 것과는 다른 내막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그럼 우편물을 발송한 인물은 누굴까? 이정섭은 그에 대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기 아내를 거론하며 “그 누군가도 이 사고를 잊지 않고 있나 보지. 집사람처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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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세월이 지나도록 사고를 잊지 않을 인물은 누굴까?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 바로 이현수의 남편이다.

사고 이틀 후인 10월 5일 기사는 「카이스트 졸업생이 몰던 차에 20대 여성 숨져·목격자. “사고 날 것 같았다”」라 적고 있다. 차연호의 부모가 찾아가 무릎 꿇고 빌었던 빈소에도 이현수의 영정만이 모셔져 있었다. 사고현장의 사체 마크도 한 사람 뿐이었다. 결국 이현수의 남편은 그 사고로 사망하지 않은 셈이다.

남편이 생존했다면 목격자 진술보다 같이 사고를 당한 남편의 진술이 우선 됐을 텐데 당시 기사에도 남편의 존재는 사라져 있었다. 결국 남편은 사고로 진술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있었으리라 추측된다.

상상해 보자.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 사건은 차연호의 과실치사로 매듭지어져 있었다. 재심을 요청하기엔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당시 자신이 겪은 사건의 진실은 따로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은 남편으로선 세월이 10년이 흘렀건 20년이 흘렀건 아무 상관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사건을 복기하고 재구성 했을 것이고 관련자들의 상관관계도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누군가에겐 ‘진실을 밝히자’고, 다른 누군가에겐 ‘진실을 밝혀라’는 취지로 우편물을 보냈다면?

10년 세월이 무색하게 당시 사건을 놓지 못하는 것은 차연호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취조에 나선 표명학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목격자로 나섰던 고교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불복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고 이후 기를 쓰고 교통사고 관련 자격증들을 수집한 것도 경찰이 내린 그 날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몸부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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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욱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양재영으로부터 차연호가 남강서 TCI에 근무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버지인 표명학에게 그 사실을 전하면서 표정욱은 묻는다. “아버지랑은 상관 없는 거죠?” 또한 지방세 체납을 국세청에 제보한 것이 차연호임을 알게 된 양재영이 보복에 나서겠다고 할 때도 말한다. “괜히 일 벌이지 마. 그때 일 사람들 입 타면 골치 아파져.”

마치 한 발 떨어져서 조율하는 듯한 입장을 견지한다. 양재영의 아버지 양석찬(이유준)과 표명학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 조폭으로 출발한 양석찬의 뒤를 표명학이 봐주고 이제는 어엿한 기업가가 된 양석찬의 회사에 표정욱을 취직시켰다. 표명학은 앙석찬으로부터 상장회사 하나쯤 표정욱이 물려받길 원하고 있고 표정욱 역시 동의한 모양새다. 이 경우 사고뭉치 양재영이 사고를 쳐줄수록 부자의 꿈이 이뤄질 확률은 높아진다.

10년 전 사고도 양재영이 가해자라면? 표정욱이 거짓 증언하고 표명학이 차연호에게 뒤집어 씌운 거라면? 정채만이 표명학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싸늘한 것을 보면 조작의 냄새가 한결 짙어진다.

'크래시' 4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수도권 4.2%, 전국 4.1%를 나타내며, 또다시 자체 최고 기록으로 4회 연속 상승했다. 메인 사건이 수면에 떠오르며 한결 흥미진진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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