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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3개월 더 주면 달라질까' 韓 축구 또 임시 감독…9월 최종 예선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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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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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이 또 임시 감독 체제로 경기에 나선다. 새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김도훈 전 울산HD 감독을 A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오는 6월6일 싱가포르(원정), 11일 중국(홈)과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이끌게 됐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약 3개월째 후임 사령탑을 물색 중이다. 당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5월 초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약속한 기한은 이미 넘긴 지 오래지만 전혀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새 사령탑 유력 후보였던 제시 마쉬 감독이 캐나다 대표팀으로 향한 가운데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과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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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은 김도훈 감독.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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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6월 A매치 2연전을 앞둔 시점에서도 새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해 다시 한번 임시 감독 체제를 선택했다.

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6월 A매치 전까지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를 대비해 이날 오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 결과 6월 두 경기를 맡을 임시 감독으로 김도훈 감독을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뒤 3월 A매치 2연전에 한정된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황 감독은 A대표팀을 이끌며 1승1무의 성적을 거뒀고, 아시안컵 기간 다툰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갈등을 봉합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두고 U-23 대표팀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아 우려를 샀다. 그 결과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황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한 게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황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 마음이 아주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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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감독.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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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령탑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협회가 6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사령탑을 맡긴 건 첫 경기 싱가포르 원정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김 감독이 지난 2021년 싱가포르 리그 라이언 시티를 1년간 이끌었던 만큼 임시 사령탑을 맡을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김도훈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능력과 성과를 보여줬다"면서 "싱가포르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현지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점도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이은 임시 감독 선임에 대해 팬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3월 A매치도 김 감독에게 맡겼다면 황 감독이 희생될 일은 없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황 감독 선임 당시 "부정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지만 책임 전가는 아니다.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으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후 사표를 내야 했던 인물은 황 감독뿐이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새 감독 선임을 약속한 기한 내 성공적으로 마쳐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인하며 스스로 무능함을 입증해 보였다.

일단 협회는 새 감독 선임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 오는 9월 열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3차 예선)까지 3개월의 여유가 생겼다. 6월 말이 되면 유럽의 시즌이나 대회들이 끝나는 만큼 더 많은 후보군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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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에 나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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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최종 예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아무런 준비 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북중미 월드컵부터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난 만큼 본선 진출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최종 예선 역시 6개팀씩 2개조로 나뉘던 것이 3개조로 늘어났다. 각 조 1, 2위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나머지 2장을 각 조 3~4위 팀들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져간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출전팀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카타르와 요르단 등 중동 신흥 강호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은 대폭 늘었지만, 자칫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더 이상 새 감독 선임을 미뤄서는 안 되는 처지다. 9월에도 임시 체제로 경기를 치른다면 한국 축구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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