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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변화무쌍 포지션' 엄지성이 말하는 '정효볼' 매력…"이게 바로 광주 축구"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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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광주, 김환 기자) 엄지성은 점점 포지션을 특정할 수 없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면서도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때로는 센터백 바로 앞에서 공을 받기도 한다.

변화무쌍한 엄지성의 포지션은 곧 엄지성이 생각하는 광주FC의 축구, '정효볼(이정효+볼)'의 매력 그 자체였다.

광주FC 소속 엄지성은 15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울산HD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광주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얻은 광주(승점 15)는 리그 6위로 성큼 올라갔다.

이날 엄지성은 4-4-2 전형의 최전방에서 이건희와 호흡을 맞췄다. 대신 최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측면과 중앙, 전방과 후방을 오가며 동료들의 패스를 받고 연결해주는 등 전방위에서 광주의 공격 작업에 가담했다.

전반 13분경 페널티 박스 안에서 뜬 공을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울산을 위협한 것을 비롯해 시종일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엄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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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에도 관여했다. 후반 13분 선제골의 주인공인 박태준에게 공이 향하기 전 엄지성은 울산의 오른쪽 측면을 흔들며 순간적으로 수비 대형을 붕괴시켰다. 엄지성이 내준 패스는 정호연을 거쳐 박태준에게 전달됐고, 박태준이 정교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엄지성은 후반전 이강현이 투입된 이후에는 미드필더 정호연과 최전방에서 짝을 이뤘다. 울산이 맹공을 쏟아붓던 상황에서 역습 기회가 오자 엄지성은 정호연과 함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역습을 주도하기도 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엄지성은 경기 결과에 만족했다. 그는 "좋은 경기력으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팀에도 정말 힘이 되는 경기였던 것 같다. 이 분위기를 이어가 다음 경기에서도 팬분들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만 엄지성은 결과에는 만족했지만, 내용과 본인의 경기력에는 만족하지 못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정효 감독을 닮은 모양이다.

엄지성은 "사실 프로에 올라온 이후 단 한 경기도 만족한 적이 없다. 계속 배고픔 속에 지내고 있다. 안주하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서도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항상 말씀하시는 덕에 나도 정신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자신의 태도가 이정효 감독 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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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정효 감독은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본인과 선수들의 기준치가 높아서 승리에도 불구하고 차분했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엄지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엄지성은 "우리가 계속 미팅을 통해 경기장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그런 기준치가 높아지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선수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다"라면서 "선수들도 감독님 아래에서 뛰면서 더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래서 더 재밌고 즐겁게 경기를 하고 훈련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울산전 광주의 경기력 질문에 엄지성은 '만족'이라는 표현이 아닌 '재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우리의 경기력이)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축구도 마찬가지고, 선수들도 훈련할 때 재밌고 활동적으로 한다. 그 부분이 오늘 전후반에 많이 나왔고, 그래서 감독님의 기준도 높아진 것 같다. 기준을 충족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엄지성 자신도 성장통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느꼈다. 엄지성은 광주 센터백 변준수와 함께 지난달 카타르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U-23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했지만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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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귀국한 엄지성은 곧바로 광주에 합류해 지난 1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했다. 엄지성은 제주전에서 자신의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터트리며 광주가 6연패의 사슬을 끊는 데 앞장섰다.

엄지성은 약간 굳어진 표정으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스스로도 힘든 시기였고, 돌아왔을 때 팀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카타르에 다녀온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또 "(변준수 선수와) 딱 그 이야기를 했다. 둘이 광주에 돌아왔을 때 팀이 힘든 상황이었다. 둘 다 어떻게든 간절하게 뛸 생각만 했다. 개인적인 플레이 등을 떠나 어떻게 하면 광주라는 팀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2002년생 엄지성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당장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엄지성은 후반전 정호연과 투톱을 이뤄 호흡을 맞췄는데, 엄지성은 이 전술 변화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고 밝혔다.

엄지성은 "훈련 때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감독님이 그 내용을 주문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 (정)호연이 형과 투톱을 이뤄서 어떤 축구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됐다. 이런 부분이 설렜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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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본인의 포지션에 대해서도 엄지성은 "이게 광주 축구의 매력이다. 한 곳에 서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상대를 흔들고 무너뜨리는 플레이가 팬들의 눈도 즐겁게 할 수 있는 플레이다"라면서 "오늘도 팬들이 즐겁게 보셨길 바란다"라고 했다.

성장하고 있는 엄지성은 더 멀리, 그리고 더 큰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바로 AFC 챔피언스리그다.

지난해 리그 3위를 차지한 광주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3-24시즌 ACL이 끝나면 2024-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출전한다. 창단 최초다.

엄지성은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정이 다가오면 실감이 날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K리그에서 한국 팀들만 만났기 때문에 아시아 팀들과 겨룰 기회가 없었다. ACL에 출전하는 팀들은 모두 수준이 높은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기 때문에 재밌을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광주축구전용구장, 김환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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