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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세 오른 원태인, 기죽은 문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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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두 영건 사뭇 다른 성적표

“한국의 두 번째 투수가 대담하게 잘 던졌다.” 지난 3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팀 코리아와 MLB(미 프로 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친선경기 후 마이크 실트 파드리스 감독은 한 투수를 꼭 집어 칭찬했다. 이날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삼성 원태인(24)이었다. 원태인은 3~4회에 탈삼진 3개를 잡아내면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프로 야구가 막을 올릴 때만 해도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는 지난해 신인왕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선발 문동주를 향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한 달여 만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문동주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간 사이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는 건 원태인이다. 원태인은 6일 현재 시즌 5승으로 KIA 선발 윌 크로우와 함께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1.79로 KIA 선발 제임스 네일(1.26)에 이어 전체 2위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문동주가 올 시즌 1승 2패 평균자책점 8.78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평균 시속 151㎞ 강속구를 앞세워 8승 8패 3.72의 평균자책점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지난 시즌 활약이 무색한 초반 모습. 문동주는 지난달 28일 두산전에서는 3과 3분의 1이닝 동안 10피안타 3피홈런 9실점으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다음 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 없이 2군으로 내려간 그는 8~9일에 복귀할 예정이다. 올 시즌 문동주의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149㎞로 작년보다 2㎞ 줄었는데, 지난 두산전에서는 평균 구속이 시속 146.8㎞까지 떨어졌다. 밋밋한 커브는 장타로 연결되고 있다. 제구마저 흔들리며 2군행은 불가피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반면 지난해 26경기에서 7승 7패를 기록한 원태인은 14승으로 개인 최다승을 기록한 2021시즌을 넘어 18~19승도 가능한 시즌 초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야구계에선 “원태인의 제구와 완급 조절이 물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 데뷔 초엔 빠르게 던지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구속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데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과 변화구의 높낮이 조절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는 것.

특히 ‘팔색조 투구’가 돋보인다. 매 시즌 구사율이 40%를 넘던 포심 패스트볼 비율이 올 시즌 33%로 낮아진 대신 변화구 구사율이 높아졌다. 주 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각각 26~30% 정도 활용하는 가운데 본인이 약점이라고 꼽은 커브 비율을 작년 4%에서 올해 7%로 늘렸다. 지난 서울 시리즈 당시 원태인은 LA 다저스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에게 커브 던지는 요령을 전수받기도 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투구할 때 심리적인 여유가 커졌고, 자신이 가진 변화구를 잘 활용하는 노련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원태인의 5승은 혼자만의 공은 아니다. 구자욱(타율 0.328, 6홈런 28타점)과 맥키넌(타율 0.387, 3홈런 18타점), 김영웅(타율 0.303, 8홈런 22타점) 등 타선 지원이 든든하다. 김재윤(7홀드)과 임창민(8홀드)이 합류한 ‘리그 최강 불펜’이 오승환(9세이브)과 함께 뒷문을 책임진다. 이들의 활약 속에 삼성은 20승15패1무로 3위를 달리고 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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