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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디스토피아 맞냐고?" '종말의 바보' 감독, 불호평에 대해 [N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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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김진민 감독 /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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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 /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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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이 호불호 갈린 평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새 드라마 '종말의 바보'(극본 정성주/연출 김진민)의 연출을 맡은 김진민 감독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종말의 바보'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것으로,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런데도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 현실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많은 애청자를 보유한 정성주 작가가 '종말의 바보' 대본을 썼다. 전작 '인간 수업'과 '마이네임'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김진민 감독은 할리우드의 재난영화를 흉내 낸 그림이 아닌, 지금 우리들의 현실과 꼭 맞닿은 '한국형' 종말 예상도를 화면에 풀어냈다. 김 감독은 "한국적인 이야기이지만 각자의 세상에서 상상해 볼 만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공개를 앞두고 긴장된다고 했는데.

▶여기 어린 출연자부터 연세 많은 배우분도 있고 같이 한 동료들 생각으로 떨리기도 하더라. 그동안 다루지 않은 이야기여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공개가 미뤄진 작품이어서 간절함까지 섞여서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

-공개됐는데 반응이 어떤 것 같나.

▶생각보다 드라마가 어렵다는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내 노력이 조금 부족했나 싶다. 편집에도 애를 썼는데 여전히 시청자분들에게 다가가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 그걸 진작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쉬운 대본이 아니었고 어려움을 최대한 해소하려고 했지만 아쉬움이 있다. 물론 시청자분들은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냐'고 하실 권리가 있으니까 나의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종말의 바보'에서 '바보'란 어떤 의미인가.

▶이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눈에는 바보처럼 보일 수 있고, 그 선택을 공감할 사람들에게는 (바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선택한 사람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종말을 앞둔 상황이라면, 감독님은 어떤 모습일까.

▶도망가려고 엄청 애를 쓰는 박혁권씨 같은 모습이거나 차화연 선생님처럼 매일 또 다르지 않은 날을 살려고 하지 않을까. 아니면 나도 애를 위한다는 핑계로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에게 못했던 것을 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싶다. 미안하다고 하거나 뭔가 나눠주거나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끝까지 본 걸 후회한다는 내용의 리뷰도 나왔다고. 불호평에 대한 생각은.

▶작품을 하다 보면 여러 반응이 있고 그런 건 시청자분들의 의견이니까 충분히 존중해야 할 것 같다. 기대했던 디스토피아가 아니라는 반응이 많더라. '디스토피아라면서? 이게 왜 디스토피아야?'라는 건데, 이 장르로서 '당연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여서 누가 맞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 우리는 생존투쟁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남아있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으로서 한 선택에 대해 들여다보고, 그 이야기에 동화될 수 있는지에 초점이 있었다. 희생된 사람들, (종말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 등이 포함되는 거다. 디스토피아 물의 박진감, 영웅 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처음부터 우리 작품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작가님에게 '왜 전체가 죽는 게 아니라 한반도가 집중적으로 맞는 느낌으로 바뀌었나'라고 했더니 작가님이 '다 죽으면 무슨 드라마가 있을까요?'라고 하시더라.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이것은 다뤄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되게 헷갈릴 수 있기는 한데 넘어가보자 싶었다. 새롭다는 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성주 작가만의 필력이 분명히 있지만 전편이 한 번에 공개되는 OTT 플랫폼에 잘 맞을까 하는 고민도 했을 것 같다.

▶볼거리나 등장인물의 감정적인 면이 납득이 되게끔 하려고 여러 장치를 두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방송 시스템에서 드라마가 성공할 때, 1주에 1, 2편 정도가 방송되고 여러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는 경우다. 정성주 작가님 작품에는 블랙 유머 코드가 숨어 있어서 그걸 곱씹고 해석하는 시간적인 추임새가 있는데 OTT에서 한 번에 공개되면, 해석보다 인상비평에 나올 수밖에 없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가 되어버린다. 그런 것에 불만은 없다. 정성주 작가님의 필력을 믿고 그걸 더 잘 살리려고 했는데 이 세계관이 이제까지 거의 다루지 않은 것이었다. 디스토피아면 '당연히'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 와 충돌하는데 그 점은 계산이 부족했던 것 같다. 연출자로서 새로운 것이어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하면서 되게 힘들기는 했다. 굉장히 어려운 수학 난제를 풀어내는 느낌인데 행복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 지금 후회라기보다 이제 와서 더 (시청자) 반응을 알게 된 것이다.

-12부작인데 분량을 줄여서 속도를 높이는 선택은 고민하지 않았나.

▶재미를 추구할 거면 빨리 걷어내고 사건 위주로 가면 되는데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쓰려고 한 이유의 많은 부분이 빠지게 되더라. 남아있는 사람들의 남은 이야기를 바라보기인데, 사건 위주로 가면 영웅담이 되어버린다. 늘어지지 않는 한에서 하려고 했다. 실제 찍은 것에서 많이 들어낸 거다. 이게 시청자 호흡과 맞았는지는 시청자분들이 주시는 상벌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N 인터뷰】②에서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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