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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다른 연령대와 다른 U-23 대표팀 문제... 축구 철학 없는 KFA의 '연속성 無' 운영이 부른 도하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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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구조적 문제가 진짜다. 단순히 감독탓을 넘어 U-23 대표팀을 대하는 대한축구협회(KFA)의 좁은 시야가 참사로 이어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12시께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겸직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는 시선에대해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전날(27일) 황선홍호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연장 혈투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이영준(김천)의 퇴장 악재 속 고군분투했지만 웃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전 ‘충격패’로 한국은 오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해 열리는 이번 대회는 최종 성적 상위 3팀에 파리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펼쳐 이겨야 본선으로 향한다.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대회 전까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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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선홍 감독은 이날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시스템 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실패 원인에 대해서 "핑계 같을 수 있지만, 지금 연령대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가 2년 여 정도 이 팀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이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대표팀 겸직은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라고 자신에게 잘못을 돌렸다.

장기적인 계획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언급한 황선홍 감독은 "연령대표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반드시. 아시아게임 성적에 따라서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 다음 이후에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4년이라는 시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황선홍 감독은 "작년에는 9월 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끝나고 4월 이번 대회를 집중해야 했는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짧았다. 몇 개월 밖에 안 됐다. 이런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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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선홍 감독의 발언은 현장에서 계속 나오던 소리다. 실제로 한국의 U-23 대표팀은 근본적으로 다른 연령대별 대표팀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대표팀에 필요한 육성을 위한 '연령대별' 대표팀이 아니라 '군면제'를 위한 올스타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른 연령대별 유소년 대표팀은 최대한 연속성을 가지고 감독이 대표팀을 육성하고 함께 커가지만 U-23 대표팀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다른 연령대별 대표팀은 꾸준한 '연속성'을 가지고 운영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군면제를 위해 U-23은 육성보다는 항상 '결과'가 요구된다.

그렇기에 매번 와일드 카드부터 가세한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이 꾸려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연령대별 대표팀과 달리 U-23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이나 김학범 감독, 박성화 감독, 박항서 감독 같이 전문 유소년 지도자가 아닌 프로 레벨서 검증된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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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령대별 대표팀과 확연히 다른 목적이 강한 인선이었다. 실제로 역대 U-23 감독 중에서 전문 유소년 지도자가 U-23 대표팀까지 지휘한 것은 고 이광종 감독이 유일했다. 2003년 U-15 대표팀을 시작으로 2007년 U-17 대표팀 감독, 2010년 U-20 대표팀, 2013년에 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런 연속성 끝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8년만의 금메달을 이끈 이광종 감독은 2016 리우 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었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다시 U-15부터 연속성이 이어지는 감독이 부임한 적은 없었다.

결국 황선홍 감독의 발언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 병역 문제로 인해서 어쩔 수 없지만 육성이나 방향성의 실종은 충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KFA가 황 감독의 겸임을 통해 혼란을 준 것 이상으로 연속성의 실종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어차피 한국 축구는 2024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황금 멤버를 앞세우고도 아시안컵서 충격적인 탈락을 당한데 이어 당연시됐던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도 무산됐다. 협회의 책임은 당연시 되는 것이고 이제 근본적인 U-23 대표팀의 존재 목표를 생각하고 축구 철학에 기반한 연속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mcadoo@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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