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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롯데에 이런 대반전 또 있을까…특급유망주 2명 제치고 주전 우뚝, 꼴찌탈출 난세영웅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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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작년 9월이었다. 롯데 외야수 황성빈(27)은 확대 엔트리 시행에 맞춰 1군 엔트리로 돌아왔으나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느덧 그의 시즌 타율은 .218까지 떨어져 있었다. 지난 2022년 102경기에 출장해 타율 .294에 94안타 1홈런 16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롯데 외야진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던 황성빈은 지난 해 4월까지만 해도 타율 .353에 타점 3개에 도루 3개로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했지만 손가락과 발목에 부상을 입으면서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지난 해 5월 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6월 타율 .161에 그쳤고 7월에도 타율 .200로 나아지지 않으면서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아야 했다.

9월 확대 엔트리 시행과 더불어 다시 1군으로 올라온 그는 "그냥 잘 하고 싶죠. 잘 해야죠"라면서 "내가 준비를 안일하게 한 것 같다. 인정해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잘 하고 싶다. 스스로 2군 내려가서 생각해봤을 때 너무 급하고 뭔가 텐션을 잃은 느낌이었다. 침착하지 못했고 준비 과정도 안일했다"라고 자신의 부진에 그 어떠한 핑계도 대지 않았다.

끝으로 그는 "이대로 시즌을 끝내고 싶지 않다. 1군에서 쓰임새가 있는 선수임을 증명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9월 이후에도 타율 .196에 머무르면서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해 그가 남긴 성적표는 74경기 타율 .212 홈런 없이 8타점 9도루. 아쉬움이 가득한 한 해였다.

마침 롯데 외야에는 김민석, 윤동희 등 새로운 유망주들이 주전을 꿰찬 상태였고 이는 김태형 감독 체제로 바뀌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윤동희를 주전 외야수로 못을 박는 한편 김민석 역시 스프링캠프부터 주전으로 기용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대신 황성빈은 빠른 발을 갖고 있어 대주자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황성빈이 주전 자리를 되찾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거워보였다. 김민석이 시범경기 개막에 앞서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을 입었지만 황성빈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른 고승민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

그래도 황성빈은 좌절하지 않았다. 대주자로만 나오면서도 도루 성공률 100%를 기록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김태형 감독은 "확실하게 그린라이트를 가진 선수는 황성빈과 장두성 두 선수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황성빈의 빠른 발 만큼은 아낌 없는 신뢰를 보냈다.

마침내 황성빈은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고승민이 타율 .167 1홈런 4타점으로 부진하면서 2군행 통보를 받으면서 황성빈이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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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롯데는 타선 강화를 위해 이정훈을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한편 전준우에게 외야 한 자리를 맡기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여기에 김민석도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서 황성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듯 했다.

그런데 웬걸. 김민석마저 타율 .179 1타점에 그치며 타격 부진에 빠진 것이 아닌가. 결국 롯데는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 다시 한번 황성빈 카드를 꺼내 들었다. 2주 만에 다시 찾아온 선발 출전의 기회. 황성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회초 첫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가동하더니 2루 도루에 성공,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긴 황성빈은 빅터 레이예스가 2루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리자 3루를 돌아 홈플레이트까지 파고드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며 롯데의 선취 득점을 이끌었다. 7회초에는 무사 2루 찬스에서 유격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고 이것이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으로 이어졌다. 이는 롯데가 대량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오지환의 입장에서는 선행주자의 3루 진루와 황성빈의 빠른 발 모두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빠른 발이라는 무기를 가진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장면이었다.

경기는 롯데의 9-2 승리. 롯데는 황성빈의 활약 속에 지긋지긋했던 8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홈에 돌아가기 전에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는 황성빈은 "솔직히 백업으로 뛰고 싶어서 야구를 시작한 사람은 없지 않나. 올 시즌을 백업으로 시작했는데 김주찬 코치님과 임훈 코치님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으니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평소에 경기 끝나고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한 황성빈의 방망이는 멈출 줄 몰랐다. 황성빈은 19일 사직 KT전에서 7회말 우월 적시 3루타를 터뜨려 팀의 4-3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고 21일에 치러진 KT와의 더블헤더에서는 하루에 홈런 3방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이면서 롯데의 위닝시리즈를 이끌기도 했다. 황성빈이 최근 4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타율 .529(17타수 9안타) 3홈런 7타점 2도루. OPS는 무려 1.732에 달한다. 이러한 활약 덕택에 시즌 성적도 타율 .345(29타수 10안타) 3홈런 7타점 10도루로 껑충 뛰었다. 올 시즌 OPS는 1.111. 최근 기세로만 보면 괴물타자가 따로 없다.

그것도 1라운드 출신 특급 유망주인 고승민과 김민석을 제치고 주전으로 도약한 것은 그야말로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KIA 좌완투수 양현종과의 신경전, LG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와의 언쟁 등 숱한 논란 속에서도 "타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상대를 자극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도발할 이유도 없다. 그냥 열심히 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한 황성빈은 자신의 불방망이로 야구에 매진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한때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난세 영웅' 황성빈의 등장으로 꼴찌 탈출에 성공하고 중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8연패 뒤에 찾아온 달콤한 3연승. 황성빈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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