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이강인 다 나왔는데… 101위 태국과 무승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월드컵 예선 선제골 넣고 1대1

한국 축구 팬들이 웃을 날은 언제일까.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2위 한국이 6만4000여 홈 팬이 운집한 상암벌에서 101위 태국과 비겼다. 졸전 끝에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이후 이번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태국을 상대로 실망을 안겼다.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1대1 무승부로 끝난 뒤 손흥민과 이강인(18번)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이 아시안컵 부진으로 경질되고, 황선홍(56) U-23(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 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에서 태국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42분 손흥민(32·토트넘)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간 한국은 후반 16분 수파낫 무에안타(22·뢰번)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만회 골을 넣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임시 사령탑 체제에서 세밀하게 가다듬지 못한 조직력이 발목을 잡았고, 25개 슈팅을 날리고도 한 골만 성공한 결정력 부족에 울었다. 한국이 태국에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전 1대2 패배 이후 26년 만이다.

태국·중국·싱가포르와 함께 C조에 속한 한국은 이날 무승부로 조 1위(2승1무·승점 7)는 유지했으나 2위 태국(1승1무1패·승점 4), 3위 중국(1승1패·승점 3)과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자칫하면 2차 예선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2차 예선에선 조 1~2위 팀이 아시아 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황선홍호는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원정 4차전을 벌인다.

황선홍 감독은 주민규(울산)를 원톱으로 내세웠다. 주민규는 이날 그라운드를 밟으며 1954년 한창화(32세 168일)를 넘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33세 343일)을 세웠다. 일본 출신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이 이끄는 태국은 초반 강력한 전방 압박에 나서며 한국을 몰아붙였다. 전반 9분 공격수 수파차이 차이뎃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조현우 골키퍼가 겨우 막아냈다.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짧은 패스가 살아나며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 30분 페널티박스 왼쪽 바깥 지역에서 손흥민이 날린 프리킥이 골키퍼 손을 맞고 나갔다. 전반 37분 주민규가 등을 지고 내준 공이 이재성을 거쳐 손흥민에게 연결됐지만, 왼발 슛은 골대 위를 살짝 넘겼다.

한국은 전반 42분 기다리던 골을 얻었다. 순간적으로 왼쪽 측면을 파고든 이재성이 패스를 내줬고, 쇄도하던 손흥민이 이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124번째 A매치에 출전하며 고(故) 유상철 전 인천 감독,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사랑나눔재단 이사장과 함께 역대 최다 출전 공동 5위에 오른 손흥민의 A매치 45호 골.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에 이어 3위인 그는 이날 경기를 지휘한 황 감독과 골 차이를 5골로 좁혔다.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8분 정우영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곧 추가골이 나올 것 같던 분위기는 후반 16분 태국의 역습 한 방에 완전히 바뀌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지역으로 침투한 룩 사 미켈손의 슈팅을 골문 앞으로 달려든 무에안타가 왼발로 밀어넣었다. 한국의 어수선한 수비를 뚫고 벨기에 리그 뢰번에서 뛰는 무에안타가 골을 터뜨리자 태국 원정 팬들이 열광했다.

황선홍 감독은 즉시 주민규와 정우영을 빼고 이강인과 홍현석을 투입했다. 지난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둔 전날 주장 손흥민에게 대들다가 몸싸움까지 벌였던 이강인이 팬들에게 공개 사과를 한 뒤 처음으로 나선 A매치.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이강인은 특유의 송곳 패스를 앞세워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후반 26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슈팅이 상대 수비를 맞고 나갔다. 후반 막판엔 황인범과 백승호가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놓쳤다. 결국 한국은 FIFA 랭킹에서 79계단 차이 나는 태국을 압도하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쳤다. 황선홍 감독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조직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진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경기장을 찾은 정 회장을 향해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정 회장은 최근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붉은 악마가 자리한 N석에선 ‘협회는 (정)몽규의 소유물이 아니다’ ‘몽규 OUT’ 등의 문구가 적힌 걸개가 수십개 등장하기도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

한국 1 ― 1 태국

▲전42 손흥민(한국) ▲후16 수파낫 무에안타(태국)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