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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하승리, '심은하 딸'에서 원성황후까지…데뷔 25년차의 성장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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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승리, '고려거란전쟁' 인터뷰
심은하 딸·양궁 선배→고려 황후까지
데뷔 25년차 아역 출신의 단단함
한국일보

최근 배우 하승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KBS2 '고려거란전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KBS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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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승리가 아역의 잘 자란 예로 등극했다. 여전히 성장하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중이다. '양궁 선배'에서 '고려 황후'까지 하나씩 계단을 밟아가는 하승리다.

최근 배우 하승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KBS2 '고려거란전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하승리는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종방영 때도 너무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면서 '고려거란전쟁' 분위기를 떠올렸다. 하승리는 극중 공주절도사 김은부의 첫째 딸이며, 명랑하고 정의로운 성품을 지닌 원성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현종의 몽진 길에서 현종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고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극중 원성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승리 역시 더욱 단단해졌다.

하승리가 처음 작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선배 연기자들은 기꺼이 그의 디딤돌, 또 기둥이 됐다. "선배들과 같이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작품 합류 후 잘 녹아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황후 역할이지만 액션도 적지 않다. 이를 두고 하승리는 "생각보다 옷이 너무 무거웠다. 말을 탈 때마다 옷을 정리해야 했다. 나중에는 제 몸의 일부분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제겐 새로운 시도였다. 조선과 고려의 여성상은 확실히 다르다. 사극에서도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구나. 좋은 경험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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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하승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KBS2 '고려거란전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KBS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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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감독들은 하승리에게 특별한 숙제를 냈다. KBS 정통 사극이라는 인식 속에서 젊은 배우들이 무게감을 덜어내길 원했다는 것이다. 이는 하승리에게 적지 않은 고민이 됐다. 연기적으로 무게를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있었다. 여기서 하승리는 사극을 많이 경험해 본 선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이를 두고 하승리는 "감독님만 믿고 촬영에 임했다. 감독님은 제게 통통 튀는 느낌을 원하니 그런 모습을 편하게 보여달라고 하셨고 저는 사극 속 여장부를 보여주려고 했다. 고려시대다 보니까 조선시대보단 정보가 많이 없었다. '태조왕권'에 염정아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도움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하승리의 말처럼 고려시대 자료는 비교적 많지 않았다. 역사 교양 프로그램까지 찾아보면서 하승리는 직접 캐릭터를 구축하고 인물에 대한 정보를 만들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찾아야 했다. 원성이 다른 캐릭터들 속에서도 존재감을 발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렸고 이는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다만 아쉬움도 남았다. 하승리는 "작품적으로, 캐릭터적으로는 원성이 정치적으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워낙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단합이 잘 됐다는 후문이다. 하승리는 한 스태프의 말을 빌려 "모두가 뭉쳐야 산다고 했다. 남자는 파워레인저, 여자들은 세일러문이라고 하더라. 이런 게 단합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남다른 유대감을 전했다. 극중 원성은 현종에게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은 항상 외롭다"라는 말을 전한다. 이 문장은 하승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안겼다. 대사 그대로 하승리는 자신을 돌아보며 '나도 잘 가고 있는 것이 맞을까' 고민에 빠졌고 답을 여전히 찾는 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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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하승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KBS2 '고려거란전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KBS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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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1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작진의 치열한 연구로 완성된 역사 고증, 또 귀주대첩, 흥화진 전투 등은 240억 제작비가 들어갔다. 하승리에게 부담감이 없었냐는 질문을 건네자 "장르적 부담감도 있는데 KBS가 몇년 만에 하는 사극 대작이다. 제작발표회 참석부터 부담감이 있었다. 같이 등장하는 배우 이름들을 보면서 큰일났다 싶었다. 리딩에서 짤릴 것 같았다"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아울러 대하 드라마 최초로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에 방영된 '고려거란전쟁'은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정통 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하승리는 당시 촬영 합류 전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더욱 높아졌다. "신기하고 감사하면서도 부담감이 컸어요. 이미 다른 분들이 잘 하고 있어서 제가 망쳐놓을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부담감을 갖고 현장에 갔고 마지막 촬영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모든 컷에서 손을 떨었던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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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하승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KBS2 '고려거란전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KBS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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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시작한 연기 인생, 다양한 경험과 시도는 지금의 하승리를 만들었다. 하승리 역시 수많은 아역배우가 거쳤던 우려와 걱정을 겪었다. 5세 어린 나이에 '청춘의 덫' 심은하의 딸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 30세가 될 때까지 하승리가 걸어온 길은 때론 가시밭길 같았을 터다. 과거를 회상한 하승리는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부터 직업을 갖게 됐다. 청소년이 됐을 땐 배우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이 된 후 그런 생각이 깨졌다. 슬럼프도 왔다. 지금 돌아보니 잘 버텼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하승리는 조급함이나 초조함 없이 조금씩 자신만의 청사진을 그려가는 중이다. 그는 "지금 하는 것처럼 꾸준히, 남들보다 늦을 순 있겠지만 행복한 인생을 즐기고 싶다. 조급함이 생기는 순간 들통이 날 것 같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려거란전쟁'은 저를 성장시켜 준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 캐릭터를 도전하고 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수식어가 나올까, 어떤 별명이 또 나올지 기대감이 있습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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