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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다 내려놓은 정찬헌의 욕심 하나 “지저분한 공”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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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구속에 보직까지, 많은 걸 내려놓은 정찬헌(30·LG)이다. 오직 팀을 위해 뛰겠다던 서른 살 청년이다. 그래도 쟁취하고 싶은 건 있다. ‘지저분한 공’이다.

정찬헌이 1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퓨처스팀의 선발투수로 나섰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채 진행된 ‘짧은’ 경기(5이닝)에서 2이닝을 책임졌다. 투구수는 불과 15개였다. 상당히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맞혀 잡아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늘렸다.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류중일 감독은 정찬헌에 대해 “좀 더 계속 던져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2군에서 재활과 실전을 병행하도록 해 면밀하게 체크할 계획이다”라고 평했다.

매일경제

정찬헌이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 청백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정찬헌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순조로운 재활 과정이다. 또한 구단 자체 중계를 통해 LG 팬에게 복귀 인사를 했다. 지난해 13경기(1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64)만 뛰고 허리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정찬헌이다.

정찬헌은 “오늘 괜찮았다. 재활 단계의 일부여서 특별히 잘 던져야 한다고 의식하진 않았다. 그래도 지난해 많은 걸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건강을 회복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린 건 만족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찬헌의 잠실구장 등판은 2019년 4월 20일 KBO리그 키움전 이후 1년 만이었다.

류 감독은 정찬헌의 구속이 제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정찬헌의 최고 구속은 142km였다. 지난해 가볍게 공을 던져도 146~147km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찬헌은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그는 “허리 수술 후 구속 대신 정확성을 높이기로 했다. 그동안 공이 좋은데 너무 깨끗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강한 공은 좋은 코스에 던지기가 힘들다. 차라리 힘을 빼고 정확하게 던지기로 마음을 바꿨다. 타자가 최대한 빨리 타격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일 생각이다. 오늘도 2이닝 동안 투구수가 15개였다. 볼(3개)이 많지도 않았다. 안타를 맞았으나 초구였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이젠 옛날 같은 구속으로 던지지 못할 것 같다. 움직임에 더욱 신경을 쓴다. 142km 속구를 꾸준하게 던진다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개막 후 한 달 안에 복귀하는 게 정찬헌의 시나리오다. 정규시즌 개막 연기로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차분하게 차근차근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보직에 대한 욕심도 없다. 이제 LG의 마무리 투수는 고우석이다. 정찬헌은 고우석의 연착륙이 뿌듯하다.

정찬헌은 “지난해 (고)우석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결국 네가 마무리 투수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더욱 빨리 현실이 됐다. 우석이는 진짜 매력적인 클로저다. 우석이가 싫어도 계속 맡아야 한다. 난 전혀 아쉽지 않다. 되찾고 싶지도 않다”라며 웃었다.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원하는 보직은 없다. 정찬헌은 “선발투수는 물론 추격조를 맡으라고 해도 상관없다.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면 된다. 오히려 지금 투수진을 보면 내가 낄 자리가 있을까 싶다. 그만큼 재능 있는 투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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