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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설렁설렁 뛰더니 어느새 득점 1위…디우프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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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27·이탈리아·2m2㎝)는 배구 팬들에게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코보컵에서 한국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는데 설렁설렁 뛰어다니며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키가 커서 그런지 준비 동작이 느렸고 공을 전력으로 때리지도 않았다. 서남원 전 인삼공사 감독이 "원래 플레이를 설렁설렁하는 편"이라고 감싸면서 '설렁좌(설렁설렁+본좌)'라는 불명예 별명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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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배구 KGC인삼공사 디우프.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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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디우프가 초반 부진을 딛고 정규시즌에선 확 달라졌다. 24경기에 나와 764점으로 득점 1위에 올라있다. 2위 메레타 러츠(GS칼텍스·579점)와는 무려 185점 차다. 디우프는 남자부까지 비교 영역을 넓혀도 최고다. 남자 득점 1위는 안드레스 비예나(대한항공)인데 29경기에서 742점을 올렸다. 디우프의 공격 성공률(41.29%)은 2위다. 이번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설렁설렁 뛰던 그가 5개월 만에 V리그 코트를 점령했다. 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목됐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디우프는 한국 무대가 낯설었다. 무엇보다도 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자인 그는 처음에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한국 음식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서서히 V리그에 적응하면서 그는 원래의 공격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팀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그의 득점능력은 점점 빛났다. 그래서인지 그에게 너무 많은 책임이 부여되고 있다. 인삼공사는 디우프 말고 공격 자원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세터들이 디우프에게 공을 많이 올려줬다. 디우프의 공격력은 돋보였지만, 그만큼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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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KGC인삼공사 디우프가 자신의 유니폼을 든 팬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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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우프는 그저 열심히 뛰었다.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 1위부터 4위까지는 디우프가 점령하고 있다. 그중 1위 기록은 지난 9일 GS칼텍스전에서 올렸던 47점이다. 2위는 1월 23일 현대건설전의 45점, 3위는 지난 1일 흥국생명전의 41점, 4위는 1월 15일 한국도로공사전의 40점이었다. V리그 어느 팀도 디우프를 막을 수가 없었다.

체력 부담이 큰데도 디우프가 기복 없이 꾸준히 뛰어주면서 인삼공사는 3위 자리를 놓고 흥국생명과 경쟁하게 됐다. 인삼공사는 최근 5연승을 달리면서 12승 12패, 승점 34점으로 3위 흥국생명(11승 13패, 승점 39)를 승점 5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맞대결에서 이긴다면 봄 배구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디우프의 헌신적인 활약에 인삼공사 선수단은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디우프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이영택 감독대행은 "디우프가 좋은 활약을 해줘서 우리 팀이 잘하고 있다.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송이와 고민지도 "뽑아주세요"라며 "디우프를 MVP로 만들어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동안 팀 성적이 안 좋아 가려졌던 디우프의 진가가 점점 빛나고 있다.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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