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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베트남 학살 사건 '기억의 전쟁', 공론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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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보라 감독 "여성 시각으로 전쟁 비추고 싶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억의 전쟁' 시사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이길보라 감독을 비롯해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남주·임재성 변호사,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김정우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2020.02.17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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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할아버지가 '월남 참전 용사'라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얘기하셨다. 그러던 중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알게 됐고, 어쩌면 우리 할아버지도 그런 일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7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억의 전쟁' 시사회에서 연출 이길보라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이길 감독을 비롯해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남주·임재성 변호사,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김정우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그래서 평화기행을 통해 베트남에 가게 됐고,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 가족인 탄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이었음을 알고도 따뜻한 밥 한 술을 먹고, 자고 가라고 했다. 저런 기억의 자세를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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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 탄/영화 '기억의 전쟁'(사진=시네마달 제공)2020.02.17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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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탄 아주머니' 응우옌 티 탄 , '껌 아저씨' 딘 껍, 응우옌 럽 등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희생자의 가족이자 당사자인 3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자료 수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묻는 질문에 이길 감독은 "이 영화는 영화가 어떤 학살이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가 아니다"며 "영화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다. 학살을 기억하는 주체들의 모습을 모여주는 데 집중하려 했다"고 영화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의 제작 목적이 당사자들의 '기억'을 통해 베트남 학살 사건을 상기시키고 공론화하는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재성 변호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관련된 논의가 많이 확인된다. 하지만 2003년부터 현저히 줄어든다"고 짚었다.

이어 "공론화 15년 만인 2015년 4월에 피해자분이 최초로 가해국인 한국에 와서 피해사실을 국회에서 증언했다. 민주사변이 이걸 보고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어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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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억의 전쟁' 시사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이길보라 감독을 비롯해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남주·임재성 변호사,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김정우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2020.02.17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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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변호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롤 모델로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고노담화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실인정이 있었지만, 베트남 문제의 경우 한국 정부의 사실인정조차 없었다고 답답해 했다.

임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문제 해결의) 여지가 더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한-베 사이가 좋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조차 과거 일을 들추는 것을 많이 불편해 한다"고 덧붙였다.

이길보라 감독은 '기억의 전쟁'이 전원 여성들로 구성된 제작진이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영화라며, 여성의 시각으로 전쟁을 비추고 싶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할머니는 전쟁에 대해 묻는 나의 질문에 '그런 건 돌아가신 너희 할아버지나 남자들이 잘 알지'라고 답하셨다. 분명히 할아버지가 월남전에 참전했을 때 한국의 일상을 일궈나간 건 할머니의 몫이었다"며 "왜 전쟁에 대해 할머니가 말할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고, 여성의 시선·비남성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맨 처음 기획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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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기억의 전쟁'(사진=시네마달 제공)2020.02.17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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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함께 한 석미화 사무처장은 영화에서 참전군인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참전군인을 악마화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석미화 사무처장은 "참전군인들 중 전쟁에 대해 성찰하는 분들도 많다. 본인이 학살을 행하거나 보지는 못했지만 전쟁이라는 게 그럴 개연성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어떤 누구를 악마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영화는 내 안의 비인간성, 폭력 문제 등에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메시지를 더 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

김남주 변호사로부터는 참전군인들의 전반적인 입장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김남주 변호사는 "참전군인들은 월남전이 어린 아이도 수류탄으로 사람을 죽이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성을 띈 전쟁이었다고 했다. 어린이, 여성이 사망하긴 했지만 그 원인을 전쟁의 특수성에서 찾았다"라며 "학살이 이루어진 마을 또한 일반 양민의 마을이 아닌 베트콩의 마을이었기 때문에 살해해도 된다는 전제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했다.

또한 "또 일부는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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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 김복동 할머니가 참석했던 수요 집회에 함께 자리한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 탄/영화 '기억의 전쟁'(사진=시네마달 제공)2020.02.17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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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사변은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남주 변호사는 "이 법을 발의하려면 10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더라. 의원실로 연락을 하든지 기사의 댓글 등을 통해 법 발의에 동참해 달라고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 문제와 관련한 대화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참전군인들을) 공식적으로 초청할 계획이고,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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