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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여섯 시즌 연속 3할 행진 "꾸준히 하니 성적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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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20] '미스터 루틴' KT위즈 유한준

시즌 때나 시즌 끝나고나서나 정해진 훈련 하루도 빼놓지 않아

일과는 남들보다 3시간 먼저 시작… 몸 관리 위해 식단 조절까지 신경

프로야구 KT위즈는 지난해 11월 39세 베테랑 유한준과 2년 총액 20억원(계약금 8억, 총연봉 10억, 인센티브 최대 2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나이 때문에 망설였을 법도 했지만, 구단은 단 한 번의 만남에 계약에 합의했다. 이숭용 KT 단장은 당시 "4년 동안 뛰어난 경기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앞으로도 팀 구심점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한준은 2019년 KT 팬들이 뽑은 'KT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유한준처럼'

KT 선수들에게 유한준은 '미스터 루틴'으로 통한다. 시즌 때나 시즌이 끝나고서나 정해진 훈련을 하루도 빼놓은 적이 없다. 그의 시즌 중 하루 일과는 다른 선수들보다 3시간 먼저 시작된다. 경기 6시간 전 운동장에 나와 웨이트트레이닝→러닝→타격 연습→상대 투수 분석→명상의 일정이 한 치 오차 없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난 다음엔 다시 팀 정식훈련을 소화한다.

조선일보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선 유한준. 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관중석에 올라가 봤다고 했다. 유한준은 “정말 선수 움직임이 하나하나 다 보인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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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은 특히 식단을 중시한다. 그는 "닭가슴살 요리 등 단백질 위주 식단에 아내가 꼬박꼬박 제철 음식을 차려준다"며 "시즌 중 탄산음료와 생선회, 초밥 등 날것은 아예 손도 안 댄다"고 했다. 선수들 사이에선 워낙 몸 관리 잘하고 식단 조절에 신경 쓰는 그를 은퇴한 일본 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특별 보좌역)와 닮았다고 해 '한국의 이치로'라고 부른다. 또 한계가 없다고 해 성만 바꾼 '무(無)한준'이라 부른다.

"꾸준히 하니 성적은 따라오더라"

2005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유한준은 서른셋이던 2014년 넥센에서 처음 시즌 3할 타율을 올린 것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여섯 시즌 연속 3할 행진을 벌였다.

유한준은 꾸준한 성적의 비결에 대해 "최다안타, 골든글러브 이런 목표는 없다. 숫자를 좇으면 안 된다. 대신 충실히 하면 성적은 따라오더라"라고 했다.

그는 두 차례 FA 계약으로 나름 대박을 쳤지만,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워낙 과묵하고 잘 나서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팀에서 '큰형'으로 통한다. 스무 살 아래, 아들뻘인 강백호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친동생처럼 부드럽게 대하지만, 한번 화를 내면 불같다. 그는 "실력 안 돼 지는 것은 넘어갈 수 있지만, 후배들이 승부욕, 오기 없는 모습을 보면 못 참는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도전! 은퇴 후에"

유한준은 박병호·강정호·황재균과 넥센의 중심 타선으로 활약했다. 자신을 뺀 나머지 셋은 모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저는 '무명생활'이 길어 그런 거 욕심 낼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데 2010년 딸을 낳고 배번을 39번에서 딸 생일인 61번(6월 1일)으로 바꿨더니 야구 인생이 확 풀렸죠. 딸 덕 좀 본 것 같아요. 하지만 꼭 메이저리그를 경험해 보고 싶어요. 은퇴한 다음 지도자 연수를 가고 싶어요."

그에겐 목표가 둘 더 있다. 올 시즌 KT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계약 기간(2022년) 안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는 "프로 16년 동안 우승 한 번 못하고 은퇴하면 평생 아쉬울 것 같다"며 "박용택(LG) 선배도 같은 생각이던데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수원=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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