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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준우승 이끈 장정석 대신 손혁, 키움 감독 교체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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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교체 일주일 만에 감독도

이장석 대주주 영향력 차단 움직임

중앙일보

손혁 키움 신임 감독. 허민 이사회 의장 최측근인 하송 대표이사가 이장석 대주주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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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46) 감독 대신 손혁(46)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4일 발표했다. 손 감독의 계약 조건은 2년 총액 6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이다.

하송 키움 대표이사는 지난달 28일 부임 후 사흘 동안 메이저리그(MLB) 감독 출신 2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아울러 국내 감독 후보군 3명과는 일대일로 면접했다. 손 감독은 지난달 31일 하 대표이사와 면접한 뒤, 4일 오전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 대표이사는 “손 감독이 지도자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들이 선수단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손 감독은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나흘 전 면접을 봤지만 내가 감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염경엽 SK 감독님이 많이 축하해주셨다”며 “(키움 선수단은) 넥센 시절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키움은 올해 준우승한 팀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996년 LG 트윈스 투수로 입단한 손 감독은 2004년 은퇴할 때까지 107경기에 등판, 36승31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은퇴 후 미국 유학(톰 하우스 피칭 아카데미)을 다녀온 그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현재 키움)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SK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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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지난 3년 동안 키움을 이끌었던 장 감독은 키움 구단과 계약이 만료돼 결별했다. 강태화 키움 홍보·마케팅 상무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하송 대표이사가 부임한 뒤 팀을 새롭게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장 감독 대신 새 인물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야구 관계자들은 키움이 장 전 감독과 재계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올해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이끄는 등 뛰어난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키움 구단의 수뇌부의 경영 실책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로 인해 박준상 전 대표이사가 감사 과정에서 사임했다. 박 전 대표이사가 횡령·배임 혐의로 수감 중인 이장석 대주주의 ‘옥중 경영’을 도운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장석 대주주에게 ‘영구 실격’ 징계를 내렸다. 따라서 그는 구단의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이사가 이를 어기고 이장석 대주주의 지시 사항을 실행해왔다.

박 전 대표이사 후임인 하 대표이사는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최측근이다. 사실상 구단 운영의 실권이 이장석 대주주에서 허민 의장에게로 넘어간 모양새다. 하 대표이사는 이전 구단 수뇌부가 일으킨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모범적인 구단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 대표이사가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이장석 대주주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 시작이 감독 교체다. 장 전 감독은 지난해 구단의 사외이사로 등재되는 등 이장석 대주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키움의 대표이사와 감독이 전격 교체되기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팀을 맡은 손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프런트(구단)도 많이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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