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TF확대경] 두산 베어스 오재원, '1할 타자'의 유쾌한 반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2019시즌 '1할 타자'의 불명예를 면치 못 하던 두산 오재원(왼쪽)이 23일 키움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 말 결정적 2루타로 6-5 역전승의 디딤돌을 놓으면서 '유쾌한 반란'에 성공했다./더팩트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3-5로 뒤지던 9회 말 2루타로 대역전극 기여한 '미운 오리'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19시즌 타율 0.164. 두산 베어스 오재원(34)이 타석에 들어설 때만 해도 2루타를 치리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볼넷 정도만 골라도 공격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리며 가을 야구 2차전의 주인공이 됐다.

23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승리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은 바로 '1할 타자' 오재원이었다. 올 시즌 유난히 두산의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캡틴' 오재원은 3-5로 끌려가던 9회 말 결정적 순간에 2루타를 치며 두산의 2연승을 견인했다. '1할 타자' 오재원의 '유쾌한 반란'에 두산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오재원은 지난 9월 20일 십자인대 염증으로 1군 선수등록에서 말소되며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 했다. 부상과 별개로 유난히 컨디션을 찾지 못 해 선발로도 자주 기용되지 못 했다. 선수 생활 13년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김태형 감독이 줄곧 믿음을 보이며 꾸준하게 기용, '양아들'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실력은 낮은데 감독의 사랑으로 경기에 나온다고 비꼬는 별명의 대상이 됐다.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우투좌타의 오재원은 지난 2015년부터 5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왕조'의 주축 2루수로 평가를 받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해 국가대표 내야수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기록 랭킹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영예가 빛날수록 부진의 그림자도 짙었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쳤다. 사실 평소 타격감을 올리고 싶어도 실전 타석에 나갈 기회가 없어 답답했다. 잠시라도 나에게 좋은 순간이 오길 원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후 밝힌 그의 소감에는 그동안의 절절한 마음 고생과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2차전 역시 선발로는 출전하지 못 하고 2-5로 뒤진 8회 초 2루수 최주환과 교체돼 대수비로 출전했다. 그리고 맞이한 9회 말 무사 1루의 첫 타석. 키움 구원투수 오주원을 상대로 초구에 헛스윙을 했다. 타격 포인트를 잡지 못 해 자세가 무너졌다. 중계진도 안타까운 듯 예전의 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다시 볼~볼~스트라이크~볼.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 오재원은 볼넷 대신 스윙을 택했다. 오주원의 6구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친 것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됐다. 키움 중견수 이정후가 달려들며 안정적으로 처리하지 못 했다면 뒤로 빠질 수도 있는 타구였다. 오재원의 2루타로 이어진 무사 2, 3루 득점 기회가 연결되자 김재호가 1타점 적시타로 4-5 한 점 차 추격을 이어갔다. 대타 김인태의 희생 플라이 때 두산은 3루 주자 오재원이 홈을 파고들며 극적인 5-5 동점을 만들고 1사 2루 기회에서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이틀 연속 9회 말 역전극을 완성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재원의 가을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p2002@tf.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