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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문환의 평양원정기 "인원체크 수시로 해…도청은 안 당했나 봐요"[단독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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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문환(오른쪽에서 5번째)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 북한전 앞두고 애국가 앞에서 하나로 뭉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문환(24·부산)은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간 북한 평양에 체류했다. 국가대표로 다양한 나라를 다닌 그에게 북한 방문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축구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 14일 평양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이나 서적 없이 사실상 맨 몸으로 입국해야 했다. 17일 인천공항에 입국해 본지와 만난 김문환은 “전자기기, 서적은 가져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자연스럽게 수거해갔다. 그런데 공항에서부터 너무 힘들었다.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품 검사를 전부 했다. 도착했을 때 해가 분명 있었는데 버스에 타니 해가 떨어져 있더라. 선수들이 예민해질 정도였다”라며 시작부터 고된 여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도착한 날에는 밤이라 밖을 제대로 못 봤지만 경기 당일에는 낮이었기 때문에 평양 시내를 목격할 수 있었다. 김문환은 “버스가 엄청 느리게 가더라. 앞에 차가 없는데 왜 이렇게 천천히 가나 싶었다. 그래서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신기했다”라며 “우리나라 아주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회색빛이라는 느낌이었다. 신기하기는 했다. 저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버스 밖을 흥미롭게 봤다. 거리의 사람들이 대부분 검정색 옷을 입은 게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만난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김문환은 “사람들이 우리를 봐도 잘 안 웃더라. 호텔 직원들도 물어보면 딱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말을 거의 안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원 체크를 정말 많이 했다. 북한 관계자가 선수들이 모두 호텔에 잘 있나 수시로 점검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북한에서 선수들을 통제하면서도 신변 파악에 꼼꼼하게 나섰다고 했다. 혹시라도 호텔 밖으로 나간 선수가 있을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보냈다.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북한에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문환은 “평양이라는 곳에 갈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산책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호텔 주변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라며 아쉬운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은 호텔에서 도청을 당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문환은 “사실 우리도 도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궁금했다. 룸메이트인 (김)민재와 ‘수건이 없다’라고 말해봤는데 가져오지 않더라. 도청은 안 당했던 모양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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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문환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 | 정다워기자


한국 선수단은 북한에 갈 때 챙겼던 음식 3박스를 빼앗겼다. 대신 호텔에서 주는 밥을 먹었다. 김문환은 “음식은 괜찮았다.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게 많았다. 양고기 같은 경우 잡내가 많이 나서 안 먹었는데 소고기는 맛있게 먹었다”라며 식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길지 않은 3일의 시간이지만 김문환은 북한 원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김문환은 “북한에 가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경기에 뛴 것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모든 과정을 잊을 수가 없다.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모든 일정이 특별했다. 불편하고 답답한 게 많기는 했다. 좋았던 게 있다면 동료들과 많이 이야기한 것이었다. 우리끼리는 즐겁게 있으려고 노력했다”라며 평양에서의 시간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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