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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전쟁 같던 90분…압도 못하고 압박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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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평양원정 영상…중계 대신 협회 홈페이지 공개하기로



경향신문

기념 촬영하는 손흥민과 정일관 1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손흥민과 북한 정일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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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나상호 반칙 상황서 ‘충돌’

황인범 얼굴 맞으며 분위기 험악

북, 김문환에 태클로 복수까지

대표팀, 전반 내내 북 압박에 고전

후반 경기력 살아났지만 무승부


태극전사가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서 돌아온 17일 인천공항에선 때아닌 ‘전쟁’이 화두였다. 한국땅을 무사히 밟은 것에 안도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거의 전쟁을 치렀다”(최영일 선수단장), “다치지 않은 게 가장 큰 소득”(손흥민)이라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관중도, 중계도, 취재도 없는 경기였기에 선수들의 하소연은 큰 화제로 떠올랐다.

남북의 축구 전쟁은 마침 이날 오후 대한축구협회가 취재진을 대상으로 북한축구협회에서 제공받은 경기 영상을 공개하면서 베일을 벗었다.

실제 경기 장면에서는 ‘전쟁’까지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승패에 목숨을 거는 양팀 선수들의 의지가 잘 드러났다. 경기 시작을 알린 지 6분 만에 선수끼리 충돌이 벌어진 게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나상호(도쿄)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북한 수비수 박명성을 밀었고 양팀 선수들이 모여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황인범(밴쿠버)이 북한의 한 선수에게 얼굴 부위를 맞자 양팀 선수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A매치라고 믿기지 않는 텅 빈 관중석도 축구가 아닌 전쟁터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주고받는 목소리와 코칭스태프의 지시 그리고 감정적인 욕설이 메아리를 쳤다. “관중이 없다 보니 북한 선수들이 내놓은 험악한 말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한 선수의 증언이었다.

북한 특유의 전투 축구도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공은 놓쳐도 사람은 놓치지 않는다’는 옥쇄식 수비가 경기 내내 펼쳐졌고 대표팀으로서는 부상이 걱정되기에 충분했다. 북한 미드필더 김철범은 공을 놓치자 반칙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시도를 수차례 벌였고, 리영직은 자신을 넘어뜨린 김문환(부산)에게 거친 태클로 복수까지 기도해 경고를 받았다. 정일관이 쓰러진 골키퍼 김승규(울산)의 가슴팍까지 태클을 시도한 것도 눈에 띄었다.

다만 축구가 아닌 전쟁을 치렀다는 표현과 달리 경기 내용에선 북한이 거꾸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북한이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강한 전방 압박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한국은 전반 25분 황인범의 중거리슛이 처음이자 전반 유일한 슈팅이었다. 그나마 한국은 후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반격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김문환이 후반 26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노린 것이 선방에 막힌 게 아쉬웠다.

한편 평양 원정 중계를 추진한 지상파 3사(MBC·KBS·SBS)도 이 영상으로 녹화중계를 하려 했지만 화질(SD급·40만화소)과 화면 비율(4 대 3), 중계권 계약 등 문제로 취소했다. 협회는 이 영상의 축약본(하이라이트)을 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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