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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아기 상어'의 기적… 내셔널스, MLB 내셔널리그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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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NL 챔피언십 우승… 애스트로스·양키스 승자와 23일부터 월드시리즈 격돌

외야수 파라, 딸이 좋아하던 '아기 상어' 노래 등장곡으로 선택, 슬럼프 탈출… 팀도 연승 질주

16일(한국 시각)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이 열린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파크. 빨간 물결을 이룬 워싱턴 내셔널스 팬 4만3000여 명이 '아기 상어' 노래에 맞춰 팔을 뻗어 손바닥을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어느덧 9회말 2아웃에 이르렀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자가 친 공이 하늘에 떴다가 중견수 글러브에 잡혔다. 내셔널스의 7대4 승리. 7전 4선승 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끝내고 창단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마운드로 달려나와 엉켰고, 팬들은 더 힘차게 '상어 춤'을 췄다. 우연한 계기로 등장한 아기 상어 노래가 내셔널스의 가을 전설을 만들고 있다.

승리를 불러온 '아기 상어'

11년 차 메이저리그 외야수 헤라르도 파라(32)는 지난 5월 내셔널스와 연봉 6억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직후였다. 대타 요원으로서 한 방을 보여줘야 살아남는데, 한 달간 잠잠했다. 승률 3할대에서 허우적댄 내셔널스는 감독 경질설에 휩싸였다.

6월 19일, 파라는 내셔널스의 숙적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더블헤더 원정을 앞두고 타석 등장곡을 두 살배기 딸이 좋아하는 '아기 상어' 노래로 바꿨다. 미국 전래동요에서 따온 '뚜루루뚜루' 멜로디는 3년 전 한국 업체가 상어 입을 흉내 낸 율동 게시물을 유튜브에 올린 뒤 40억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딸을 생각하며 노래를 바꿨는데, 파라는 더블헤더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아기 상어'가 울려 퍼진 첫날부터 내셔널스는 연승을 질주했다. 상어 덕분에 분위기가 환해지자 선수들이 출루하거나 득점하면 상어 춤을 추기 시작했고, 팬들도 덩달아 따라 했다.

상어는 승리의 부적이었다. 내셔널스는 와일드카드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의 최강 마무리 조시 헤이더를 주저앉히며 4대3 역전승을 거뒀고, 디비전시리즈에선 클레이튼 커쇼를 울리며 내셔널리그 승률 1위 LA 다저스까지 제쳤다. 챔피언십시리즈(NLCS)는 술술 풀렸다. 포스트 시즌에 유독 강했던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4전 전승을 거두고,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후 5년 만에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파티장처럼 변한 더그아웃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흥이 넘치는 파라는 선수단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이 홈런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 정규 시즌 성적은 타율 0.234, 홈런 9개였다. 포스트 시즌엔 NLCS 4차전 6회말에 친 1안타가 전부였지만 존재감은 그 이상이었다. 출루한 주자와 득점한 타자는 어김없이 파라를 따라 상어 율동을 했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투수는 파라의 포옹을 받았다. 무뚝뚝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도 그의 포옹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은 정장 차림의 정치인들처럼 늘 차분하고 숙연했던 내셔널스의 과거 더그아웃 분위기는 이제 시끌벅적하고 끈끈하게 바뀌었다. 맥스 셔저를 필두로 한 선발 4인방은 불펜 등판을 자처했다. 마무리투수 대니얼 허드슨이 포스트시즌 초반 셋째 출산으로 휴가를 가자 나머지 투수들이 흔쾌히 빈자리를 나눠 맡았다. 허드슨은 NLCS 4차전 8회말 2사 만루 위기를 해결하며 동료들의 의리에 보답했다. 데이브 마르티네스 내셔널스 감독은 "우리는 쉴 새 없이 웃으면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에너지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휴스턴, 2승 선착

뉴욕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3차전에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뉴욕 양키스를 4대1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애스트로스 선발투수 게릿 콜(29)이 7이닝 무실점(4피안타)으로 호투했다. 어릴 적 열혈 양키스 팬이었던 콜은 양키스타디움에서 철벽투를 뽐내며 뉴욕을 탄식에 빠뜨렸다. 애스트로스-양키스 최종 승자가 내셔널스와 23일부터 월드시리즈(7전 4선승)에서 맞붙는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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