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충돌한 남북 선수들. [사진 = 요아킴 베리스트룀 주북 스웨덴 대사 트위터 영상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남자축구 대결이 경기 후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월드컵 예선전임에도 생중계는 물론 관중조차 허용하지 않은 북한의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다.
16일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평양에서 직접 관람한 잔니 빈첸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소감을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역사적인 경기를 기대했지만 경기장에 관중이 없어 실망했다"며 "(북한의) 생중계·비자·언론 취재와 관련한 대처에 놀랐다"고 밝혔다. 29년 만에 평양에서 우리나라와 경기를 치른 북한은 한국 응원단·취재진의 입국을 불허하는 동시에 경기 전 해외 언론은 물론 북한 관중까지 경기장에 입장시키지 않는 폐쇄성을 보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한순간에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언론의 표현과 자유는 중요한 문제"라며 "지역 축구협회에 관련 문제들을 말했고 축구가 북한을 비롯해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대사도 이 경기를 직접 관람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베리스트룀 대사는 자신이 찍은 일부 경기 장면을 개인 트위터에 공유해 눈길을 모았다.
베리스트룀 대사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관중 없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담겨 있고, 국가 연주와 양 팀 선수들 간 충돌 장면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양에 파견된 대한축구협회 직원에 따르면 경기 중 선수들 간에 팽팽한 긴장감 때문에 한 차례 충돌이 있었고, 이에 따라 경기감독관이 안전요원을 대기시켰는데 이 장면도 찍혔다.
양 팀 선수들이 몰려들며 분위기가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한국 손흥민과 북한 이영직이 서로 엉켜 있는 선수들을 말리면서 상황은 다행히 일단락됐다. 이를 두고 베리스트룀 대사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 오, 그러나 오늘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며 무관중 경기를 에둘러 표현했다.
해외 언론들도 이날 벌어진 '깜깜이' 대결에 주목했다. AP통신은 "한국과 북한의 역사적인 월드컵 예선 경기였지만 한국은 '미디어 암흑'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미국 CNN은 북한 전문 여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 회사의 여행그룹조차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경기를 볼 수 없다고만 할 뿐,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해 무척 실망스럽다"고 보도했다. 해외 언론들은 '기괴한 월드컵 예선' '가장 비밀스러운 경기'란 제목으로 이날 경기를 요약했다.
북한을 FIFA에서 퇴출시키자는 강경론도 등장하고 있다. AFP통신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격노하고 있다며 북한을 FIFA에서 퇴출시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커를러토이우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의 행태는 FIFA의 정신과 원칙에 위배된다"며 "실질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