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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상 초유의 '셀프 무관중' 경기…북한은 정말 패배가 두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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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AFC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평양 원정’이 승점 1점 손에 넣은 것으로 마무리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두 팀은 나란히 예선 2승1무를 기록, 승점 7로 동률을 이뤘으나 한국이 다득점에서 앞서 H조 선두를 유지했다. 두 팀은 2장씩의 경고를 주고 받으면서 90분 내내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1990년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양측 남자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열리는 대결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경기 내적인 부분보다는 취재진 방북 거부와 TV중계 불발에 이어 희대의 무관중 경기까지 펼쳐지는 등 북한의 기이한 행보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상 초유의 ‘셀프 무관중’ 경기

북한은 남북대결을 자발적인 무관중 경기로 치르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경기 전날 양 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매니저 미팅에서는 북한 측이 예상 관중을 4만명으로 알려왔다. 하지만 경기 당일 입장한 관중은 단 1명도 없었다. 남북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한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텅빈 관중석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경기를 앞두고 남북대결 경기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북한 전문매체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무관중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보통 무관중 경기는 축구에서는 징계의 수단으로 통한다. FIFA나 대륙별축구연맹에서 관중 소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경기장을 비워놓으라는 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홈 팀이 자발적으로 관중을 경기장에 입장시키지 않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북한 입장에선 홈의 이점을 포기한 결정이다.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선수들이 힘을 낼 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꼴이 됐다. 김일성경기장은 특수성이 있다. 꽉 들어차면 5만명이 앉을 수 있는 중형급 스타디움이지만 만원 관중이 입장할 경우 원정팀에 묘한 분위기를 전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경기를 앞두고 김일성경기장 만원 관중이 변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태극전사들이 낯선 분위기로 인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스포츠서울

제공 | AFC



◇패배가 두려워 사실상 비공개 경기를 감행했나

북한이 무관중 경기 감행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미루어 짐작을 해보면 북한은 2년 전 여자아시안컵 예선과 달리 국내 취재진 방북을 막았고, 거액의 중계권료 수입도 뒤로 한채 TV중계를 하지 않는 등 이번 남북대결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특히 평양에 지국을 둔 AP통신과 같은 제3국 취재진의 경기 취재마저도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상의 비공개 경기를 원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스포츠도 하나의 선전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내용이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는 녹화 중계를 하거나 공개를 하지 않는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의 경우 역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경기는 승리를 했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경기 다음날 레바논전을 녹화 중계로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했다. FIFA 랭킹 37위의 한국과 113위의 북한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격차가 제법 있다. 물론 평양 원정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의 우세를 점쳤다. 북한도 안방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김일성경기장에서 최근 10년간 10차례 A매치(8승2무)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가 한국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홈의 이점을 버리더라도 한국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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