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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관중도 중계도 없었던 남북 대결, 씁쓸한 마무리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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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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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관중도, 중계도 없었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떠난 29년 만의 평양 원정이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 H조 선두를 지켰다. 북한 역시 2승1무(승점 7)지만, 골득실에서 한국(+10)이 북한(+3)에 크게 앞섰다.

벤투호는 목표했던 승점 3점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적지에서 승점 1점을 따내며 조 선두 자리를 지켰다. 다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과 북한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한 조에 편성됐을 때만 해도, 29년 만의 평양 원정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남북은 2018 평창 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을 이뤄 출전했다. 또한 올해에는 2023 여자 월드컵, 2032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추진으로 스포츠 교류에 탄력이 붙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평양 원정은 남북 스포츠교류도 결국 정치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극명히 보여줬다. 북한은 경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평양 경기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아 대한축구협회를 애타게 했다. 결국 취재진, 응원단도 없이 선수단과 축구협회 임직원들만 평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평양으로 가는 길 또한 쉽지 않았다. 육로 또는 서해직항로라면 몇 시간 만에 평양에 도착할 수 있지만, 북한이 이에 대한 협조를 하지 않아 중국 베이징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야 했다. 선수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전자기기는 물론 책까지 지참하지 못했다.

어려움을 겪은 것은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상파3사와 북한의 중계권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평양 원정 생중계가 좌절됐다. 결국 축구협회는 대표팀과 함께 현지에 간 직원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경기소식을 문자중계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역시 현지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남과 북의 거리감은 경기가 시작되자 더욱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경기에 앞서 김일성경기장에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됐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북한 관중은 없었다. 이날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당초 4만 명의 관중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에 단 한 명의 관중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의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외신 기자도 없었다. 대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외국인 관중 몇 명만 있을 뿐이었다.

경기 중에는 양 팀 선수들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기감독관은 안전요원을 대기시키기도 했다.

무엇 하나 편한 것이 없었던 벤투호의 평양 원정은 씁쓸함을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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