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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EN 인터뷰] 기태영 "슬럼프 이기고 '세젤예'로 복귀...살아있는 느낌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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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우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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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출판사 편집장 김우진을 연기한 배우 기태영. / 서예진 기자 yejin@


“연기를 하니까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집에 가도 현장에 가도 행복해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땐 늦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전 지금부터 필모그래피를 잘 쌓으며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싶습니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에서 기태영이 연기한 출판사 편집장 김우진은 예민하고 까탈스러웠다. 하지만 설렁탕집 셋째 딸 강미혜(김하경 분)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그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주로 다정하고 바른 역할만 해왔던 기태영은 4년 만에 복귀한 ‘세젤예’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김우진을 연기하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는 기태영은 ‘세젤예’를 시작으로 더 많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세젤예’를 무사히 끝낸 기태영을 서울 예관동 한 가구 카페에서 만났다.

10. 3월부터 시작한 드라마가 끝났다. 6개월 간 함께한 작품을 마친 소감은?
기태영 : 힘들게 촬영한 드라마가 아니라서 아쉬운 마음은 없고 그냥 ‘끝났구나’라고 생각한다. 너무 즐거워서 재충전할 필요 없이 다음 드라마를 바로 시작해도 될 것 같다. (웃음)

10. 시놉시스를 처음 읽고 어땠나?
기태영 :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우진에게 꽂혔다. 내가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인데, 우진의 예민하고 세심한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우진의 마음과 감정을 알 것 같았고, 시놉시스 안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내 식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드라마는 우진과 미혜(김하경 분)의 사랑 이야기가 주가 돼 우진의 비하인드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

10. 캐릭터에 연민을 느낀 만큼 캐릭터의 성격을 설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기태영 : 여러 가지 생각한 부분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우진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커 대인관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거였다. 우진의 까칠함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한 방어기제에 의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이 남들에게는 까칠하고 싹수없게 보인달까.

10. 드라마에서 머리도 기른 채 나왔고, 살도 많이 빠졌다.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일부러 외모에도 변화를 준 것인가?
기태영 : 드라마 하기 전에 8kg 정도 쪘다. 살면서 제일 많이 찐 시기였다. 작품을 해야 하니까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다이어트는 나한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탄수화물 양만으로 몸무게가 줄어들어서 밥만 덜 먹었다. 장발도 이유가 있었다. 작품을 안 하면 미용실을 가지 않는다. 장발 상태 그대로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러 갔는데 두 분이 생각하신 우진이라고 하더라. 나의 긴 머리를 보고 우진의 느낌이라고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머리 스타일이라 안 하겠다고 했는데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장발로 등장했다.

10. 말 그대로 호불호가 확실한 머리였다. 장발 스타일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있었고 싫어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본인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기태영 :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외모를 떠나서 편집장이 줄 수 있는 예민함과 예술적인 느낌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딱 반반이었다. 아내(유진)는 둘 다 괜찮다고 하더라. 콩깍지(?) 때문은 아니고 다양한 모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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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영은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가정이지만 좋아하는 일은 연기”라고 말했다. / 서예진 기자 yejin@


10. 2015년 ‘별난 며느리’후 4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였다. 긴 공백을 깨고 다시 연기하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기태영 : 너무 재밌었다. 오랜만에 촬영한다고 해서 긴장되는 것도 없었고 설렘 정도만 갖고 시작했다.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도 좋았고 촬영 현장도 편했다. 연기를 오랜만에 하는데도 예전보다 훨씬 편해진 것 같다. 드라마 초반에는 힘이 들어가기도 했는데 그건 욕심을 부려서 그런 것 같고 전반적으로는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편하게 연기했다.

10. 4년의 공백이 있었던 이유는?
기태영 : 나름의 슬럼프였다.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누구든지 잠깐 쉬고 싶다든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나도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쉬면서 마음이 정리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연기였다. 막상 연기를 하니까 너무 즐거워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게)배부른 생각이었구나’ 한다.

10. 쉬는 동안 특별하게 도전한 일이나 슬럼프 극복을 위해 노력한 게 있었나?
기태영 : 예능을 했다. (웃음) 슬럼프 극복이라기보다는 오래 쉬다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연기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10.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을 것 같은데.
기태영 : 당연하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이제야 좀 더 깊이 있게 연기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주변 선배들이 말하는 연륜이 조금 이해가 됐다. 희로애락을 느끼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을 연기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다. 확실히 전보다 (연기가) 달라졌을 거라 생각한다.

10. ‘세젤예’를 통해 갈증을 해소함은 물론이고 연기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 것 같다.
기태영 : 연기를 다시 하면서 촬영 현장에 있으니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집에 가도 일터에 가도 행복하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 같다. 내 생활이 단순하다. 안 해본 것들을 연기로 할 수 있고 내 안에 감추고 있던 것들을 배역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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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영은 “유진과의 결혼, 로희와 로인이를 키우면서 인생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며 웃었다. / 서예진 기자 yejin@


10. 상대역인 강미혜를 연기한 김하경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하경은 드라마 초반부터 연기력으로 논란이 됐다.
기태영 : (김)하경이가 연기를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인배우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순 없다. 경험의 부족함은 있겠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선배들이 다 있는데 울 거 다 우는 걸 보고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잘하고 있으니 개의치 말고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10.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막장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기태영 : 드라마가 곧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현실도 있다. 그냥 일상이라 생각해서 (비판에 대한) 아쉬움도 크진 않다. 이런 드라마가 있으면 막장 없는 드라마도 있고 더 센 드라마도 있다. 드라마의 다양성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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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영은 “부모의 눈으로 볼 때 첫째 로희는 나를 닮았고, 둘째 로린이는 유진을 닮았다. 묘하게 섞이는 게 신기하다”고 자랑했다. / 서예진 기자 yejin@


10. 앞서 잠깐 예능이야기가 나왔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향이 있나?
기태영 : 김해숙 선생님도 나를 유진 씨와 결혼해서 알았다고 하시더라. 방송으로 우리 부부가 사는 것도 보셨다고 했다. 예쁘게 사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고 해주셨다. 확실히 예능의 힘이 큰 게, 내가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시더라. 신기하면서도 감사했다. (웃음) 근데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지 않겠나. 배우는 어떤 역을 맡았을 때 누가 봐도 그 캐릭터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인된 이미지가 있으면 캐릭터 싱크로율이 떨어지니 배우로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능을 아예 닫아 놓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조용히 연기하고 싶다.

10. 벌써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다. 돌아보니 어떤가?
기태영 : 내가 연기를 사랑해서 시작하진 않았다. 복싱을 하다 재밌는 경험을 하고 싶어 ‘벡터맨’ 이글로 출연했고 ‘TV문학관’을 하면서 연기가 좋아졌다. 연기가 뭔지 이제야 정말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 작품에 더 열심히 매진하려고 한다. 주연 조연을 보고 작품을 하기보다는 캐릭터를 보면서 가고 싶다. 특별한 걸 하기보다 내가 가진 재능에서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다. 악역도 나만의 악역, 시트콤도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10. 가장 가까운 목표는 무엇인가?
기태영 : 일로서는 좋은 작품 만나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리는 거다. ‘기태영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어?’ ‘저런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작은 소망이 있다면 둘째가 어린이집을 빨리 가면 좋겠다. 그래야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웃음)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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