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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패륜’ 비난에도 끝까지 인천 팬과 마주한 남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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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천 서포터들이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인천과 제주의 경기가 끝난 뒤 제주로 이적한 남준재를 향한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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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인천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 총 6시즌을 인천에서 뛴 남준재(31)는 지난 여름이적시장 때 인천에서 제주로 이적했다. 제주에 있던 김호남(30)과 유니폼을 맞바꿨지만 인천에 애정이 컸던 남준재로선 뜻하지 않은 이적에 적잖이 당황스러운 이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제주 유니폼을 입고 처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18일 발걸음은 걱정보다 설렘이 더 컸던 모양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천 팬들은 남준재가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후 제주 유니폼 대신 푸른색 조끼를 입고 인천 서포터 쪽을 향해 달려가 인사했지만, ‘연고이전’ ‘야반도주’ ‘남패준재’란 강도 높은 비난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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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준재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과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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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은 내용은 지난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느닷없이 연고지를 옮긴 제주 유나이티드(연고이전)와, 예고 없이 소속팀을 옮긴 남준재(야반도주)의 의미를 합친(남패준재)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서 ‘남패’는 부천 팬들을 버리고 떠난 제주 구단을 ‘남쪽 패륜’에 빗댄 표현(앞서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FC서울을 ‘북쪽 패륜’으로 불리기 시작된 데서 파생된 표현)이다. 남준재가 이적 후 인터뷰에서 인천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분노로 보인다.

당혹감 가득한 얼굴로 라커룸을 빠져 나온 그는 “내가 인천에서 야유 받을 존재밖에 안 되는 건가 생각도 든다”며 “(경기 중엔 야유하더라도)끝나면 박수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최윤겸 제주 감독도 “나 또한 남준재가 환호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야유가 나오더라”며 “(남준재가)당황한 것 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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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준재(왼쪽)가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과 경기를 마친 뒤 인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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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준재(오른쪽 네번째)가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과 경기를 마친 뒤 인천 팬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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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준재가 경기장 문밖을 나서자 경기장 안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인천 팬들이 남준재를 반기며 사인과 악수 요청을 했고, 남준재는 이렇게 시작된 즉석 사인회를 20여분 진행했다. 남준재는 “어차피 오늘 집으로 가야 한다”며 구단 버스를 먼저 보낸 채 한참이나 팬들과 마주했고, 오랜만에 만난 팬과 길가에 쪼그려 앉아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남준재는 “속상했지만 울지 않았다”며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프로선수이기에, 이제 다 지나간 일이고 인천과 함께 했던 좋은 추억만 생각하고 싶다”며 경기장을 떴다.

인천=글ㆍ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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