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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앉아 쓰는 야구 기사]복귀한 '오승환'...그리고 KBO의 아쉬운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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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진=뉴시스



□본 기사는 삼성 라이온즈 및 야구팬인 경제지 기자가 팬의 입장에서 쓴 야구 기사입니다.

일본프로야구,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거친 오승환이 6년 만에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했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오승환의 복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 쪽에서는 지난 2015년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들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오승환의 이른 복귀를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피하려는 '꼼수'라고도 지적했다.

반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이 아님에도 징계를 받았다는 점과 징계를 회피한 것도 아니고 부상 때문에 빨라진 복귀를 꼼수라고 지적한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판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승환 스스로도 사과문을 통해 인정한 것처럼 도박은 큰 잘못이고 범죄이기 때문에 억울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KBO 행정에서의 미숙함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논란을 수습하지는 못하고 수년 동안 논란을 키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해외 원정도박 사건 이후 KBO는 야구팬의 여론을 등에 업고 지난 2016년 1월 오승환에게 50%(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당시 일본 한신타이거즈에서 뛴 오승환에게 이 같은 징계는 명분도 부족하고 실익도 없었다. 그럼에도 KBO는 리그에 실망해 등을 돌리려는 야구팬들을 붙잡는데 급급해 이 같은 '악수(惡手)'를 뒀다.

이후에도 KBO는 다시 한 번 논란을 만들었다. 지난 2017년 WBC 대회에서 징계를 소화하지도 않은 오승환을 대표팀에 선발한 것이다. 당시 KBO가 선임한 김인식 감독은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오승환은 선발했다. 부적절한 일이지만 KBO는 WBC 성적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 WBC에서 대표팀은 최악의 경기력으로 부진했다. 다만 오승환이 사실상 유일하게 활약하면서 한국 야구가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도왔다. WBC 대회 이후 KBO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오승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말까지 전하기도 했다.

그러던 KBO의 얼굴은 오승환의 복귀가 결정되자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언론을 통해서 오승환의 이른 복귀에 징계를 무력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언급을 한 것이다.

이처럼 KBO는 여론과 분위기에 떠밀려 징계를 비틀고 풀고를 반복했다. KBO의 메시지도 일관되지 않고 널뛰었다. 그 과정에서 오승환 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다시 비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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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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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한 것은 오승환이지만 사태를 더 키운 것은 KBO일 수 있다.

사실 KBO가 바르고 일관성 있는 행정을 폈다면 지난 2015년 도박 사건과 관련 오승환의 징계는 리그 복귀가 현실화될 때까지 미뤘어야 했다. 리그 복귀 시점에 징계를 내렸다면 모토인 '클린베이스볼’을 이유로 올 시즌 리그 복귀를 불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는 온전히 징계를 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복귀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징계를 내렸다면 징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게 2017 WBC 대표팀에 오승환을 발탁해서는 안 됐다. 이후 복귀할 때도 상황에 따라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KBO 스스로가 징계를 비틀고 메시지를 혼란스럽게 내면서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행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과 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 오승환 사태에서 보듯 KBO의 행정은 일관성을 찾기도 어렵고 시시각각 여론에 따라 바뀌고 있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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