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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호날두 노쇼’ 사과 대신 변명만 늘어 놓은 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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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측 항의 정면 반박 / 호날두 미출전 사전에 결정 주장 / 경기 지연도 주최측에 책임 전가 / 교체 투입 ‘기만 행위’ 설명 안해 / 프로축구연맹 “후안무치에 분노”

세계일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있다. 뉴시스


세계 축구계 정상급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와 소속팀 유벤투스가 지난달 26일 ‘팀 K리그’와의 친선전에서 벌였던 ‘추태’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진심 어린 사과만 있다면 일단 분노는 거둬줄 만도 했다. 최근 개최사인 더페스타 측이 “유벤투스의 이번 프로젝트 매니저와 전화통화가 됐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될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단 고위층은 사과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벤투스 구단은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 명의로 된 공문을 프로축구연맹에 보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항의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9일 공문을 보내 유벤투스가 이번 방한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한국 팬을 무시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공식적으로 ‘사과 거부’의사를 내놓은 것이다.

이 공문에서 아넬리 회장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단 한 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왔다”면서 “호날두는 앞선 중국 경기의 근육 피로로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호날두의 미출전이 사전에 결정돼 있었음을 구단 차원에서 인정한 셈이다.

또한 경기 시작이 1시간가량 지연된 데 대해서는 “버스에 경찰 에스코트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가 막혀 거의 2시간가량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런 일은 우리 경험상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국가행사도 아닌 민간 개최 스포츠 이벤트에 경찰 에스코트를 요청하는 것조차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임에도 오히려 이를 ‘지각’의 이유로 지목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유벤투스 구단은 정작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호날두의 미출장이 사전에 결정돼 있었음에도 미리 고지하지 않은 채 마치 경기 중 교체투입할 것처럼 ‘기만행위’를 한 데 대해 일체의 설명을 하지 않았고,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측에 경기시간 단축 등 무리한 요구를 한 데 대해서도 함구했다. “팬들을 무시하는 무책임하고 거만한 행동이라는 프로축구연맹의 항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계속할 뿐이었다.

공식적으로 사과를 거부한 유벤투스의 이런 반응에 프로축구연맹은 “사과 없는 유벤투스의 후안무치함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벤투스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한국 경기의 구체적인 관중 숫자까지 거론하며 아시아투어를 ‘대성공’이라며 홍보해 더욱 빈축을 샀다. 연맹은 이에 대해서도 “이런 자화자찬은 작금의 사태를 경시하고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 31일 “유벤투스는 서울에서 대략 9시간 정도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그들의 명성에 난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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