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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호날두 노쇼' 상처에 '안하무인' 뿌린 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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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쇼 예정된 일… 지각은 한국탓"

세계 축구계 정상급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와 이탈리아 명문팀 유벤투스가 지난달 26일 ‘팀 K리그’와의 친전선에서 벌였던 ‘추태’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사상 유례없는 지각 사태와 ‘호날두 노쇼’, 이후 드러나고 있는 유벤투스 구단의 무례한 처사 등은 한국을 넘어 유럽 현지 언론에도 속속 보도되며 유럽 빅클럽들의 수익만을 노린 해외투어 전체에 대한 자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축구팬들은 분노하면서도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사과를 기다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진심 어린 사과만 있다면 일단 분노는 거둬줄만도 했다. 최근 개최사인 더페스타측이 “유벤투스의 이번 프로젝트 매니저와 전화 통화가 됐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될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단 고위층은 사과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벤투스 구단은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 명의로 된 공문을 프로축구연맹에 보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항의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9일 공문을 보내 유벤투스가 이번 방한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한국 팬을 무시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공식적으로 ‘사과 거부’ 의사를 내놓은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달 26일 친선전 파행에 대한 한국측 사과 요구에 정면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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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문에서 아넬리 회장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단 한 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왔다”면서 “호날두의 경우 중국 난징 경기를 뛴 후 서울에서 경기를 갖기까지 시간 차가 48시간에 불과해 근육에 피로가 쌓였고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호날두의 미출전이 사전에 결정돼있었음을 구단차원에서 인정한 셈이다.

또한, 경기 시작이 1시간가량 지연된 데 대해서는 “유벤투스 버스에 경찰 에스코트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가 막혀 거의 2시간가량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런 일은 우리 경험상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국가행사도 아닌 민간 개최 스포츠 이벤트에 경찰 에스코트를 요청하는 것조차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임에도 오히려 이를 ‘지각’의 이유로 지목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유벤투스 구단은 정작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호날두의 미출장이 사전에 결정돼있었음에도 경기가 후반에 이르기까지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마치 경기 중 교체투입할 것처럼 ‘기만행위’를 한 데 대해 일체의 설명을 하지 않았고,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측에 경기시간 단축 등 무리한 요구를 한 데 대해서도 함구했다. “팬들을 무시하는 무책임하고 거만한 행동이라는 프로축구연맹의 항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계속할 뿐이었다.

여기에 유벤투스 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아시아투어를 ‘대성공’이라며 홍보해 더욱 빈축을 샀다. 유벤투스는 “여름 투어 기간 경기장 좌석의 97%가 가득 찼다”면서 싱가포르 5만443명, 난징 4만8646명, 서울 6만6000명 등 구체적인 관중동원 수치까지 동원했다. 이 6만6000명의 서울 관중들이 구단과 호날두에게 깊은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는 현실은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이런 유벤투스의 태도는 또 한번 한국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경기 이후 일주일이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온라인 등에서는 유벤투스를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호날두의 SNS 등에도 그에 대한 항의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사과를 거부당한 프로축구연맹도 이날 유벤투스의 적반하장식 공문에 대해 “사과 없는 유벤투스의 후안무치함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맹은 “계약 전 미팅 당시 유벤투스 관계자는 ‘수많은 해외투어 경험이 있고, 여러 이동 경로를 확보하고 있으니 비행기 연착 등으로 인한 경기 지연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면서 “확신에 찬 답변이 거짓말이 됐음에도 아시아 투어가 성공이라며 자화자찬한 것은 벌어진 작금의 사태를 경시하고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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