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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악천후 뚫고 대역전극… LPGA ‘고진영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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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시즌 3승·통산 5승째 / 공동 2위 그룹 2타차로 따돌려 / 인스퍼레이션 이어 메이저 2승 / 낙하산 태극기 시상식 세리머니 / 애국가 울려 퍼지자 감격의 눈물 / 개인타이틀 전 부문 선두로 나서 / 한국인 최초 ‘투어 3관왕’ 도전장

한 시대의 새로운 지배자가 탄생하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29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52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이번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달러) 최종라운드가 그랬다. 악천후로 예정보다 2시간 늦게 경기가 시작됐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힘든 환경이었다. 더군다나 새 지배자 후보인 고진영(24·하이트진로)은 3라운드까지 박인비(31·KB금융그룹)와 함께 선두 김효주(24·롯데)에 4타 뒤진 공동 3위였다. 오히려 역전이라면 김효주를 1타 차로 바짝 추격 중인 박성현(26·솔레어)이 더 유리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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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29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배경으로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에비앙레뱅=AP연합뉴스


그러나 올 시즌 15개 대회에 29위가 최저 성적일 만큼 기복 없는 고진영에게 어려움은 곧 기회였다. 고진영은 모든 난관을 뚫고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그는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해 김효주와 펑산산(중국), 제니퍼 컵초(미국)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올 시즌에만 메이저 2승째다. 한 시즌 메이저 2승은 2015년 박인비(KPMG 여자 PGA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이후 4년 만이다. 고진영은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까지 더해 올해 가장 먼저 시즌 3승 고지에도 도달하며 LPGA 투어 통산 5승째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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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29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스카이 다이버가 낙하산으로 가져온 태극기를 받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에비앙레뱅=AP연합뉴스


관례대로 시상식에는 스카이 다이버들이 우승 선수의 국기를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고진영은 그 태극기를 받아 몸에 두른 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는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애국가가 울리자 참을 수 없을 만큼 벅찼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여제’의 대관식 같았다. 고진영이 LPGA 투어 개인타이틀 전 부문에서 선두로 나섰기 때문이다. 대회 우승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를 챙겨 시즌 상금 198만3822달러를 기록하며 상금랭킹 선두로 나섰고 세계랭킹도 2위에서 1위가 됐다. 이미 선두였던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부문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메이저대회 성적만으로 수상자를 뽑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와 대회별 차등치로 점수를 주는 CME글로브포인트 등도 모두 선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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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진영은 한국인 최초로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3개 부문 석권을 노린다. 지난 시즌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비롯해 2000년 이후만 봐도 카리 웹(호주·2000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1∼2002년, 2005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2006∼2008년), 쩡야니(대만·2011년 ), 테이시 루이스(미국·2014년) 등 많은 선수들이 이 부문 3관왕을 휩쓸었지만 유독 한국 선수만 없었다.

반면 역전을 허용한 김효주에게는 아쉬운 하루였다. 14번 홀(파4)이 분수령이었다. 1타 차 앞섰던 김효주가 이 홀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것이 문제였다. 김효주의 벙커샷은 턱을 맞고 다시 벙커로 빠졌고 세 번째 샷도 짧아 그린 위로 올리지 못했다. 결국 김효주는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또한 선두권을 내달렸던 박성현은 10언더파 공동 6위, 박인비는 9언더파 공동 8위에 그쳤다.

한편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네 차례 메이저대회 가운데 고진영의 2승과 이정은(23·대방건설)의 US오픈 우승까지 3승을 따냈다. 또 올해 열린 21개 대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10승을 합작했다. 이제 고진영을 선봉에 세운 한국 낭자들은 8월1일 시작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또 한 번 우승사냥에 나선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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