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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생확대경]인구 1만5000명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가장 성공한 골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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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에비앙 챔피언십이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의 전경.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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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프랑스 남부에 있는 에비앙레뱅은 인구 1만 5000명의 작은 도시다. 스위스 제네바와 인접한 이 도시는 우리가 잘 아는 에비앙 생수의 마을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해마다 전 세계 골프팬의 눈을 사로잡는 골프축제가 열린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이자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하나다. LPGA 투어가 정한 5개의 메이저 대회는 미국에서 3개(ANA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가 열리고, 미국 밖에서는 영국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2개다. 이 대회는 처음에는 LPGA 투어가 아닌 유럽여자프로골프 대회로 열렸다. 규모도 작았고, 세계적인 선수들의 참가도 많지 않았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에비앙 챔피언십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관심을 끄는 대회로 성장했고, 급기야 선수들이 가장 출전하고 싶어 하는 대회 가운데 하나가 됐다. 25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엔 120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세계랭킹 1위 박성현부터 2위 고진영, 3위 렉시 톰슨, 4위 이민지, 5위 이정은 등 톱랭커가 모두 참가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최혜진과 안시현도 이 대회 출전을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갔다.

지리적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에비앙 챔피언십은 좋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오려면 파리나 유럽의 다른 도시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까지 와야 한다. 제네바공항에서도 50km나 떨어져 있어 차로 1시간 넘게 이동해야 도착 가능하다. 번거롭고 불편한 게 많음에도 선수들은 이 대회 참가를 위해 일부러 다른 대회를 건너뛸 정도로 더 많은 준비를 한다.

이제 겨우 25년, 메이저 대회로는 6년의 역사를 지닌 에비앙 챔피언십이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단순한 골프대회를 넘어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로 만든 덕분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프랑스의 식음료 기업인 다농 그룹에서 개최한다. 기업이 홍보를 목적으로 골프대회를 다른 대회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에비앙 챔피언십에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있다. 바로 지역발전을 위한 기여와 노력이다. 대회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그 노력 덕분에 관광객이 늘었다. 더불어 기업의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열리는 골프대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해마다 이 대회를 관전하기 위해 찾아오는 골프팬은 약 3만 5000명 안팎이다. 정확하게 수치로 파악된 경제효과는 알려진 게 없다. 그러나 대회 기간 음식점은 늘 넘치는 손님으로 북적이고 호텔은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골프대회 하나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대회를 위해 봉사하는 지역주민도 늘어나고 있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스태프 인원만 2000여 명이 일을 한다.

일반 골프대회는 경험과 마케팅에 능숙한 운영 대행사를 쓰는 게 보통이지만, 에비앙 챔피언십은 골프장 직원과 지역 주민이 함께 하며 그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점도 성공의 비결이다. 그러다 보니 대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기업도 매년 늘고 있다. 올해 대회엔 한국 기업 중 LG와 롯데 그리고 골프존, 볼빅 등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선수들을 위한 배려 또한 세심하다. 에비앙 챔피언십에는 최근 들어 많은 한국선수가 출전하고 있다. 최근에만 신지애(2010년), 박인비(2012년), 김효주(2014년), 전인지(2016)가 우승하자 한국선수들만을 위한 특별한 맞춤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식당에 김치를 준비해 했고, 선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통역요원도 배치했다.

미래의 팬을 끌어모으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인근 지역의 어린이를 대회에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어린 학생들은 TV로만 보던 선수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고,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연간 30개에 육박하는 대회를 개최하면서 미국, 일본 다음으로 큰 투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대회는 없다. 아쉽게도 아직은 플레이의 질을 높이는 코스 상태를 갖춘 대회를 찾기 어렵고, 경기 진행과 갤러리를 위한 서비스도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에비앙 챔피언십처럼 기업의 홍보에만 집착하거나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골프대회가 아닌 KLPGA 투어와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대회가 열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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