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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무모한 도전…여자수구가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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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16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 코치와 선수들이 경다슬의 첫 골에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마지막이라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네요.”

‘대회’는 경쟁과 승부에 의의가 있다. 훌륭한 기록과 높은 순위는 선수들이 흘린 땀에 대한 존중이자 일종의 훈장이다. 모든 종목 선수들이 메달 획득을 위해 피땀을 감수하는 이유다. 그런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순위와 승패가 아닌 ‘출전’만으로도 눈물과 감동을 자아낸 팀이 있다. 한국 여자수구 대표팀 이야기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지난 5월에 대표팀을 처음으로 구성했다. 대회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반. 총 30명을 모집해 열 세 명을 선발했다. 그 중 수구 종목을 경험해본 이는 없었다. 말 그대로 개최국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급조된’ 팀이다. 공식 팀 훈련도 6월에 시작했고 연습경기를 치를 팀도 마땅치 않아 남자부 체고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선수 개개인이 수구 종목 자체에 경험도 없는 상황에 호흡을 맞춰보거나 전략을 구성할 시간마저도 부족했다. 목표도 1위나 1승이 아닌 ‘한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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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광주시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헝가리에게 64-0으로 패배했다.


0-64. 헝가리와의 첫 경기 대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준비마저 미흡했던 팀이 세계 강호와의 맞대결에서 비등한 승부를 만드리라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표팀은 공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고 세계대회라는 중압감도 떨쳐내지 못했다. 전략이나 호흡 등 디테일한 면에서도 차이가 명확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에서부터 꿈을 이뤘다. 캐나다와의 경기서 경다슬(18·강원체고)이 4피리어드에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여자 수구 역사상 첫 골이자 역사였다. 꿈을 이룬 뒤엔 가속을 붙였다. 3차전에서 두 골, 남아프리카전에선 세 골을 넣었다.

여자 수구가 광주에서 보여준 열정은 경쟁에 물든 스포츠에도 큰 반전을 선사한다. 승패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제시했고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이 경기를 할 때 수구경기장 관중석에선 “대한민국”이라는 외침이 쏟아졌다. 열렬한 지지를 받은 선수들은 수없이 머리를 맞대고 한 골이라도 더 넣고자 했다. 경기 중엔 “포기하지마”라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한국 수구 대표팀이 처한 상황과 실정을 아는 상대 국가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존중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수구 대표팀은 해체다. ‘인프라’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선수 수가 적은 탓에 유지할 수가 없어서다. 그리고 “순간순간이 최고였다. 그 이상은 다시없기 때문”이라는 경다슬의 한 마디로 막을 내렸다. 다만 소녀들의 무모한 도전은 ‘기적’이란 결과물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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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22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30으로 패해 16위(5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진은 20일 남아프리리카공화국과의 순위 결정전을 마친 뒤 송예서가 눈물을 보이자 홍인기 코치가 위로하는 모습.


ymin@sportsworldi.com 사진=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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