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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만날까"…'눈물 쏟아낸' 여자수구대표팀의 고별전[세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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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수구대표팀 송예서가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15~16위 결정전 쿠바와 경기를 마치면서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공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광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수구요….”

두 달간 고된 훈련과 5차례 실전을 마친 그들은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뭘 하고 싶은가”란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수구”라고 말했다. 그들은 개최국 쿼터를 살리기 위해 급조된 ‘세계수영선수권 전용’ 대표팀을 거부했다. 언젠가 한 번 더 모이고 싶다며 수구 불모지 한국에 여자 대표팀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염원했다.

여자수구대표팀의 여정이 끝났다. 대표팀은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15~16위전에서 쿠바에 0-30으로 크게 지고 최하위를 차지했다. 5전 전패, 6득점 172실점. 기록은 세계선수권에 걸맞지 않게 초라했지만 어린 여자 선수들이 골로 보여준 희망은 대회 기간 내내 관중과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당초 남·북 단일팀으로 계획됐던 여자수구대표팀은 북한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한국 선수로만 꾸려져 광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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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15~16위 결정전 쿠바와 경기를 마친 뒤 관중석에 인사하고 있다. 제공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1996년생으로 최고참인 골키퍼 오희지부터 미국에서 날아온 라이언 하나 윤(윤하나)까지 13명의 선수들은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 세계의 강자들과 싸웠다. 수구 이력부터 체격까지 다른 팀들과 차이가 워낙 컸지만 수영복에 새겨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달렸다. 그래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챙겼다.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는 ‘한 골’이었다. 그 만큼 실력 차가 엄청났다. 한국은 지난 16일 조별리그 2차전 경다슬의 역사적인 첫 골을 시작으로 총 6득점을 올렸다. 그들의 골 하나하나가 한국 수구의 역사가 됐다.

쿠바전은 더더욱 눈물과 감동의 무대였다. 대표팀 진만근 코치는 28골을 내준 종료 2분 전 상대 선수 퇴장으로 수적 우세에 놓이자 작전 타임을 걸어 ‘한 골’을 결의했다. 마지막 50여초를 남겨놓고는 선수들 사이에서 “할 수 있어!”란 외침이 터져나왔다. 오전 8시 이른 시각에 열린 경기였음에도 좌석을 채운 이들도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시간이 몇 초 부족했다. 종료 직전 권나영과 최지민의 슛이 연달아 골대 강타 불운으로 이어졌고 이후 다시 찬스가 돌아오는 듯했으나 곧바로 종료 휘슬이 울렸다. 팬들도 “아~”하는 탄식과 함께 마지막까지 투지를 불태운 여자대표팀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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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15~16위 결정전 쿠바와 경기를 마치면서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광주 | 김현기기자


이후부턴 그야말로 눈물 바다가 됐다. 이날로 여정을 마무리한 여자수구대표팀의 다음 일정은 없기 때문이다.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며 함께 땀흘렸던 두 달을 기억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여자수구대표팀의 존속은 불투명하지만 클럽 활성화 등을 통해 이번에 쏟아진 관심이 이어지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경다슬은 쿠바전 뒤 관중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우리가 처음으로 치르는 대회가 (최고 권위의)세계선수권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라서 더 영광이었다. 두 달 열심히 한 친구들, 포기하지 않고 뛴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경다슬은 사회자가 “이제 세계선수권 일정이 다 끝났다. 하고 싶은 것이 뭔가?”라는 질문에 “수구요”라고 답해 듣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영어가 능통해 외신의 인터뷰 공세를 받던 라이언 하나 윤 역시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경영과 수구를 같이 하고 싶다. 이제 언니들과 친해졌는데 헤어진다니 너무 아쉽다. 여자 수구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다슬의 첫 골 때 벤치에서 펑펑 울었던 여고생 김예진은 동료들을 하나씩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트린 뒤 “불행했던 내 인생이 수구를 통해 꽃길을 걷게 됐다. 수구를 해서 행복했다. 합숙을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또 수구팀이 만들어지면 다시 선발전을 치러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은 오는 27일까지 이번 대회 수구 경기를 모두 지켜보고 해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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