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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실점 6득점… 여자수구의 ‘우생순’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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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여자수구대표팀 주장 오희지(왼쪽)가 22일 오전 광주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쿠바와의 15~16위 결정전이 끝난 뒤 울음을 터트리는 동료들을 위로하고 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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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수구대표팀의 세계수영선수권 ‘무한 도전’은 5전 전패로 막을 내렸다. 5경기 동안 172골을 먹고 6골을 넣는 졸전이었지만 누구도 그들을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뜨거운 박수 속에 여정을 마친 여자수구대표팀은 일단 해체되지만 주장 오희지(23ㆍ전남수영연맹)는 “클럽 팀이라도 꾸리고 싶다”며 여자 수구 역사를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은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30(0-8 0-9 0-6 0-7)으로 패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5월 선발전을 거쳐 모인 한 달 반 경력의 한국대표팀은 첫 세계선수권대회를 5전 전패로 마쳤다. 헝가리와의 첫 경기에서 0-64로 패한 한국은, 러시아와 2차전에선 감격의 첫 골을 터뜨렸지만 1-30으로 졌다. 이후 캐나다전 2-22, 남아프리카공화국전 3-26 패배에 이어 쿠바전까지 대패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개막 전 목표가 ‘한 골’이었음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는 평가다.

마지막 투혼은 눈물겨웠다. 경기 시작 18초 만에 첫 골을 내주는 등 1쿼터에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고 8실점한 한국은 2쿼터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며 전반을 0-17로 마쳤다. 특히 3쿼터엔 골키퍼 오희지가 공에 얼굴을 맞은 듯 코피를 흘리며 풀을 떠나기도 했다. 개막 전 연습 과정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그는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해 매 경기 수백 번의 슛을 숱하게 받아냈다.

팀의 주장이자 맏언니이기도 한 오희지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야 대회 내내 겪었던 고통을 털어놨다. 그를 제외한 선수들이 학생(중학생 2명ㆍ고교생 9명ㆍ대학생 1명)인 터라 구심점이 돼야 했기에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쉬 꺼낼 수 없었다. 말이 좋아 골키퍼지, 공을 다루는 법을 갓 배운 그에게도 매 경기는 육탄방어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동생들이 경기하고 있는데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며 “코피가 흐르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털어놨다. 대표팀이 무사히 대회를 마친 데 대해선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팀을 꾸려나갔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눈물을 쏟으며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들은 다시 본업인 경영 선수로 돌아간다. 팀은 일단 해체되지만 그들의 수구는 끝나지 않았다. 오희지는 “수구엔 블랙홀처럼 묘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며 “대회가 끝나더라도 고향인 전남에 내려가서 클럽팀을 꾸리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팀 동생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내려와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광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