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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내년에도 민지랑”… ‘함께’의 의미 더한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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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가운데)과 이민지(오른쪽)가 21일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경기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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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즐거운 한 주였어요. 내년에도 (이)민지랑 같이 치고 싶어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고진영(24ㆍ하이트진로)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고진영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최초로 팀 플레이 경기로 치러진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은 입 모아 “이렇게 즐거웠던 대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드니 클랜튼(30ㆍ미국)과 자스민 수완나푸라(27ㆍ태국)의 우승으로 2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0ㆍ6,256야드)에서 막을 내린 이번 대회는 다른 LPGA 투어 대회와 달리 조금 특별했다. 올해 처음 개최된 다우 인비테이셔널은 2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4일간 스트로크 팀 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매치플레이 방식의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팀 경기와 달리 이번 대회는 1, 3라운드에서는 1개의 볼을 번갈아 치는 포섬, 2, 4라운드에서는 각자 경기를 펼쳐 더 좋은 쪽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삼는 포볼 방식이 채택됐다.

덕분에 같은 조를 이룬 선수간의 ‘협동’이 강조됐다. 포섬에선 샷 하나를 할 때마다 쉴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전략을 짜야 했고, 포볼에서는 서로의 실수를 만회하며 스코어를 줄여 나가기도 했다. 마지막 라운드의 경우 고진영이 1번홀(파4)과 6번홀(파4), 11번홀(파5), 12번홀(파4)에서, 이민지가 4번홀(파3)과 5번홀(파4), 10번홀(파4)과 13번홀(파3)에선 버디를 낚는 식이었다. 8번홀(파4)에서는 고진영이 보기를 기록했지만 이민지가 파로 막았다.

이민지는 “(고)진영 언니가 오늘 버디를 너무 많이 잡아서 나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도와준 결과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진영과 이민지는 이날 최고의 포볼 플레이를 펼치며 12언더파 58타 코스레코드를 기록,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로 2위를 대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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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왼쪽)과 신지은이 21일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경기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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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수들도 처음 치르는 경기 방식에 어색해했지만 그 어색함은 이내 즐거움으로 변했다. 최나연(32 ㆍSK텔레콤)과 같은 조로 경기에 나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 3위에 오른 신지은도 마찬가지였다. 신지은은 “항상 팀 플레이는 매치였는데, 스트로크 플레이라 부담이 많았다”면서도 “친한 언니와 이야기하며 즐겁게 칠 기회가 없었기에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최나연도 “혼자 플레이할 때는 내 자신을 이렇게까지 위로하거나 격려해주지 못했는데 팀 플레이를 하면서 동료에게 용기를 주고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고 많은 점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팀 플레이 방식 덕택에 그늘에 가려져 있던 무명 선수가 빛을 보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LPGA 8년 차인 클랜튼은 그 동안 톱10 안에 든 것이 단 네 번뿐이었지만, 데뷔 첫 승과 함께 2년간의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수완나푸라도 지난해 7월 마라톤 클래식 이후 1년 만에 개인 통산 2승을 달성했다. 두 사람은 3, 4라운드에서 총 17타를 줄이는 맹타로 최종 합계 27언더파 253타, 2위와 6타 차 여유로운 우승을 확정 지었다.

‘함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상금 일부를 36개 미들랜드 인근의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치러져 그 의미를 더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