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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전국체전 때문에 여자 복싱만 세계선수권 포기?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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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자 복싱 국가대표 오연지(오른쪽)가 지난 17일 소속팀 훈련장인 인천시청 복싱장에서 몽골 복서와 스파링하고 있다. 인천 | 김용일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국제복싱협회(AIBA)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복싱 주관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국내 복싱도 혼란스럽다.

애초 하반기 예정된 전국체육대회 여자부 경기가 AIBA 세계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쳐 사전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가 다시 본 일정으로 돌아서면서다. 올해 AIBA 세계선수권은 모두 러시아에서 열린다. 남자 대회는 9월 7~21일 예정돼 있고 여자 대회는 10월 3~13일이다. 문제는 여자 대회가 올해 100주년을 맞은 전국체전 일정(10월 4~10일)과 겹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한복싱협회는 여자부만 오는 8월 말 전국체전 사전 경기를 치르기로 했으나 IOC 징계에 따라 세계선수권이 올림픽 쿼터를 상실한 이후 사전경기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복싱인들은 여자 선수의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싱협회 측은 선수가 전국체전과 세계선수권 중 하나를 선택해서 출전하도록 한 것이라고 방침을 설명하고 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각 시도 소속으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당연히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밖에 없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IOC와 AIBA 행보도 문제다. IOC는 AIBA를 징계하되 복싱의 올림픽 종목 잔류는 약속했다. 대신 올림픽 선발전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기로 했고 와타나베 모리나리 국제체조연맹(FIG) 회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그런데 예선 방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예전엔 올림픽 1년여를 앞두고 세계선수권과 대륙별 지역 예선을 통해 체급별 본선 진출자를 가렸다. IOC가 자체적으로 대회를 치르기엔 경험이 적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골프처럼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에게 본선 자격을 부여하고 남은 티켓을 두고 1~2회 정도 예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세계선수권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한 복싱 관계자는 “만약에 IOC가 랭킹 순으로 올림픽 본선 자격을 주거나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어서 세계선수권에 출전권을 다시 준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협회에서 안정적으로 사전 경기를 치르고 선수에게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일정이 겹치지 않아도 세계선수권을 치른 뒤 2주도 채 되지 않아 전국체전을 뛰어야 하는데 선수 보호 차원으로 보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복싱인은 “전국체전 여자부는 어차피 3체급이니까 그 체급만이라도 사전 경기를 치렀으면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복싱협회도 난처하다. 최희국 사무국장은 “결과적으로 대표 선수를 많이 보유한 시도와 그렇지 않은 시도의 입장이 다르다. 보이지 않는 이해타산이 있다.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서울시 입장에서도 100주년인데 특정 종목만 사전 경기를 치르면서 김빠지는 모양새를 반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예산 문제도 있다. 사전 경기를 해도 대회장은 똑같이 꾸려야 한다. 그러면 계획된 예산보다 2~3배를 쓰게 된다. 대한체육회 역시 특정 종목에서 일부 체급만 사전 경기하는 것을 반기진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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