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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극적인 선수' 되고팠던 박성현, 끝까지 승부사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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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성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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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 2019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성현(26)은 익숙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바로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당시 입었던 카키색 계통의 상의, 검정색 하의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이 결정되는 최종일에 붉은색 상의를 입거나 김세영(26)이 빨간 바지를 착용하는 것을 연상케 했다.

박성현에겐 이번 대회가 절실했다. LPGA 투어 대회에서 지난 3월 초,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지만, 3월 말 KIA 클래식 준우승 이후엔 5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지 못했던 그였다. 세계 랭킹도 4위로 다소 낮아졌던 그에게 3개월 만에 또 한번의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3라운드까지 선두와 다섯 타 차 공동 5위. 해볼 만 했다.

박성현은 대회 전 "메이저 대회는 1년에 5개뿐이다. 모든 선수가 우승을 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코스 안에서 더 집중이 잘된다. 앞으로도 극적인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할 만큼 의욕도 컸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6번 홀 해저드 구역에서 시도한 '기적의 로브샷'에 이은 연장 접전 끝 우승으로 좋았던 기억이 있는 그의 최종 라운드 경기력은 '극적인 선수'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비록 원하는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대회 내내 선두를 지킨 한나 그린(호주·9언더파)이 끝내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성현(8언더파)은 1타 차 준우승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승부사다웠다. 끝까지 그린을 압박했다. 그린이 잠시 주춤한 사이에 뒷심을 발휘하면서 타수 차를 크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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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24일 열린 LPGA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4번 홀에서 티샷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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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번 홀(파4)에서 홀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을 땐 뒷 조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그린에게 큰 압박을 가했다. 박성현 스스로도 주먹을 불끈 쥐었을 만큼 극적인 순간이었다. LPGA 투어에 입문(지난해)한 뒤 한번도 우승 조에서 경기한 적이 없던 그린은 이 상황 직후 잠시 흔들렸다. 18번 홀 페어웨이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린 위로 공을 건져올린 그린은 2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하면서 연장 승부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박성현은 아쉬운 듯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박성현은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이번 대회에서 또한번 보여줬다. 3개월간 주춤했던 그의 행보도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경기 후 박성현은 "전반적으로 꽤 잘 했다고 생각한다. 18번 홀 버디 퍼트를 성공했을 땐 꽤 기분이 좋았다. 우승한 그린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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