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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육성과 관리’ SK의 큰그림,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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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인천, 이대선 기자] / sunday@osen.co.kr


[OSEN=길준영 기자] SK 와이번스의 장기적인 투수 육성 플랜이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탄생시켰다.

올 시즌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SK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역시 어떤 팀이든 제압할 수 있는 막강한 마운드다. 최소실점(286실점) 1위, 선발 평균자책점(3.06) 1위, 불펜 평균자책점(4.04) 공동 4위로 대부분의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다. 2위 두산 베어스와 맞붙은 지난 주말 3연전에서는 3경기 동안 단 3점만을 허용하며 시리즈 스윕을 챙겼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 이후 7년간 최소실점 1위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막강한 선발진을 앞세워 8년 만에 최강 마운드 타이틀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막강한 선발진 뒤에는 아쉬운 불펜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SK 선발 평균자책점(4.17)은 리그 1위를 기록했지만 불펜 평균자책점(5.49)은 리그 7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SK는 약점이었던 불펜을 단 1년 만에 강점으로 바꿔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위로 조금 높지만 불펜진의 양과 질에 있어서는 LG 트윈스, 두산 등 상위권 팀들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SK의 1점차 승부 성적은 18승 1패(승률 0.947)로 리그 1위, 연장전에서도 6승 1무 1패(승률 0.857)로 리그 2위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불펜진이 접전 상황에서 상대팀에 밀리지 않고 좋은 투구를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성적이다.

이런 불펜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SK의 선수 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덕분이다.

SK 염경엽 감독은 “미국이나 일본은 선수를 골라쓰는 리그다. 하지만 한국은 선수풀이 제한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결국 선수를 키워 쓸 수밖에 없다”면서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시즌 SK 불펜의 주축선수들을 살펴보면 하재훈(19 드래프트 2라), 김태훈(09 1차), 서진용(11 1라), 정영일(14 5라) 등 필승조 대부분이 자체 육성 선수로 구성되있다. 강지광, 김택형 등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된 자원도 있지만 역시 즉시전력보다는 외부 영입 후 다시 SK의 육성 과정을 거친 케이스에 가깝다.

주전 포수 이재원은 “우리 팀에는 외부 영입보다는 직접 육성한 투수들이 더 많다. 그렇다보니 같은 투수들과 몇 년간 함께 뛰고 있다. 투수들이 성장해 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확실한 메뉴얼을 가지고 불펜진을 꾸려가고 있다. 먼저 불펜투수들의 순번을 정한뒤 상황에 맞게 기용한다. 1~6번까지는 핵심 불펜, 7~11번은 대기조다. 하재훈, 김태훈, 서진용, 정영일 등이 고정적으로 승리조에 들어가고 강지광, 박민호, 신재웅 등이 상황에 따라 이들과 교대한다. 김택형, 박희수도 6~7번에 들어갈 수 있는 투수들이다. 2군에서 갓 올라온 투수는 11번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순번을 올려 나간다.

만약 1~4번 투수가 잠시 부진하면 하위 순번으로 잠시 내려 2~3경기를 소화하게 한다. 레버리지가 낮은 상황에 등판시키면서 자신감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중요한 상황에서 몇 차레 블론세이브를 범하면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잠시 부진한 모습이 보인다면 편안한 상황에 등판시키면서 자신감을 되찾게 해야한다. 계속 타이트한 상황에서 기용하다 투수가 무너진다면 그 투수는 그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투수는 기용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낮은 순번의 투수도 계속 기용해서 쓸 수 있는 카드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2군에서는 선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 경기에서 한 번 맞으면 끝이다. 결국 1군 경기 경험을 쌓아야 쓸 수 있는 투수가 된다”며 경험과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리 역시 염경엽 감독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SK는 하재훈, 강지광 등 투수 경험이 많이 않은 투수들이 많다.

염경엽 감독은 “하재훈은 무조건 9회에 등판한다. 4점차에도 하재훈이 나서는데 4점차에서 다른 투수가 나왔다가 주자를 내보내고 하재훈이 등판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재훈은 아직 세이브 투수가 아니다. 최대한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투수들의 구위 역시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불펜은 강력한 구위가 강점이다. 당연히 이 부분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트랙맨을 통해 구속과 회전수, 수직 무브먼트, 릴리스 포인트 등을 확인한다.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어도 회전수나 무브먼트, 릴리스 포인트 등이 변하면 일단 휴식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SK의 플랜은 불펜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선발진 역시 오랫동안 계획을 가지고 육성해왔다. 염경엽 감독은 최근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문승원에 대해 “힐만 감독님의 공이 크다. 불펜으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크셨겠지만 구단의 플랜을 이해하고 선발로 계속 기용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러한 메뉴얼들이 마침내 올 시즌 2년 연속 리그 최소실점 1위로 결실을 맺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그동안 한국, 미국, 일본의 메뉴얼이란 메뉴얼은 모두 살펴봤다.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만든 메뉴얼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문승원 역시 그 사례중 하나다”라고 말하며 “지속성과 꾸준함의 바탕이 되어야 선수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시즌 전에 100을 준비했다고 했을 때 30만 실현되어도 성공한 시즌이다. 지금 투수진은 기대이상이다. 시즌 전 구상한 것에 50% 가까이 잘 된 것 같다. 이제는 지금의 활약을 어떻게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SK는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했다. 물론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지금의 성적을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SK의 큰그림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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