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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끝내기 주인공이었는데…" 한순간에 끝나버린 박한이의 야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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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삼성 박한이가 11일 잠실 LG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9.4.11 잠실|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삼성의 ‘리빙 레전드’로서 순조롭게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던 박한이(40)가 음주 사고 적발로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하게 됐다.

삼성은 27일 오후 박한이의 음주 사고 적발 사실을 알렸다. 박한이는 지난 26일 대구 키움전을 마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이튿날인 27일 오전 자녀 등교를 위해 직접 차량을 운전한 박한이는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오전 9시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음주측정을 실시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측정됐다. 경찰로부터 사건 경위를 전달받은 삼성은 곧바로 KBO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박한이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박한이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구단이나 삼성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가 삼성을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삼성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19년 째 삼성에서만 뛴 ‘원 클럽 맨’ 박한이는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였다. 그 흔한 사건 사고 없이 오직 팀 승리만을 위해 헌신하는 박한이는 늘 후배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그가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될 때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을 때도 “삼성에 남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며 과감하게 FA 권리를 포기하는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다. 팀 내 최고참인 만큼 긴장을 늦출법도 했지만 성적이 부진할 땐 늘 남들보다 먼저 나와 훈련을 소화하는 성실한 선수였다. 올시즌에도 30경기에 나서 타율 0.257, 2홈런, 13타점으로 필요할 때마다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삼성 팬은 ‘리빙 레전드’ 박한이의 영구 결번 지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그가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박한이는 지난 26일 대구 키움전에서 2-3로 뒤진 9회말 대타로 나서 극적인 역전 끝내기 적시타를 쳐 선수단과 홈팬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하지만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명예 은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삼성과 삼성팬은 부지불식간에 팀의 레전드 선수를 떠나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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