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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노장 콤비 '로베리'의 작별인사… 뮌헨에 우승 트로피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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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전서 각각 1골씩 넣어… 바이에른 뮌헨, 분데스리가 우승

빠르고 공격적 축구로 인기, 10여년간 수많은 우승의 주역… 팬들 "고마웠어요" 대형 현수막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 역사상 '최강 콤비'로 불렸던 프랑크 리베리(36·프랑스)와 아리언 로번(35·네덜란드)은 지난 18일 프랑크푸르트와의 정규 리그 최종전을 치른 뒤 뜨겁게 포옹한 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 경기는 리베리와 로번이 뮌헨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였다. 지난 10년간 뮌헨 소속으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분데스리가 중흥을 이끌었던 '로베리(로번+리베리) 콤비'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팀을 떠난다.

경기 전 "절대 울지 않겠다"고 했던 리베리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리베리가 관중을 향해 바이에른 지역 사투리로 "우리는 우리(Mia san mia)"라는 팀 구호를 외치자 팬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리베리와 로번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0년간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바르셀로나(리오넬 메시)와 레알 마드리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맞선 유일한 대항마였다. 메시와 호날두가 스타 군단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리베리와 로번도 뮌헨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3), 준우승 2회(2010·2012)를 이루며 분데스리가 자존심을 살렸다.

뮌헨 팬들은 두 선수의 고별전이 된 리그 최종전에서 '잘 가요, 그리고 고마웠어요'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의 '잘 가요'라는 문구를 표준 독일어 '추스(Tschues)' 대신 바이에른 지역 사투리인 '세어부스(Servus)'로 적은 것도 리베리와 로번은 이미 '바이에른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비록 독일 출신은 아니었지만, 옛 영광을 잃어버리고 침체기에 빠져 있던 뮌헨을 유럽 최강 자리에 되돌려 놓은 두 선수에 대해 고마워하고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고별 행사를 위해 리베리와 로번이 경기장에 입장하자 7만여 명의 팬들은 'FC바이에른 영원한 1위(FC Bayern forever number one)' 응원가를 목청껏 불렀다. 두 선수가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분데스리가 라이벌팀 도르트문트를 2대1로 완파하고 1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길 때 뮌헨 팬들이 자주 불렀던 노래다.

조선일보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의 분데스리가 최종 34라운드 경기는 마치 리베리와 로번의 감동적인 작별을 위해 미리 준비해놓은 각본과 같았다. 올 시즌 니코 코바치(크로아티아) 신임 감독과 선수단의 불화로 리그 초반 중위권에서 시작한 뮌헨은 6경기를 남겨둔 28라운드에서 1위를 달리던 도르트문트를 5대0으로 대파하고 가까스로 선두를 탈환했다. 그러나 뮌헨이 프랑크푸르트와의 최종전에서 패하고, 도르트문트가 묀헨글라트바흐에 승리할 경우 우승은 도르트문트 차지가 될 수 있었다.

6년 전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때 팀을 이끌었던 리베리와 로번은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 탓에 벤치 멤버로 프랑크푸르트전을 지켜봐야 했다. 전반 3분 킹슬리 코망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뮌헨은 후반 5분 세바스티안 헬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8분 토마스 뮐러, 후반 13분 헤나투 산체스가 연달아 추가 골을 터뜨려 3―1로 달아나면서 두 콤비에게도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리베리는 후반 27분 전성기 못지않은 드리블 기술로 수비수 2명을 순식간에 따돌리며 골키퍼 키를 넘기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옐로카드를 각오하고 유니폼을 벗어던지며 포효한 리베리는 관중석을 향해 서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드린 후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 '내 가슴과 머릿속에 뮌헨 팬들이 영원히 있을 것'이란 뜻이었다.

이후 승리를 확신한 뮌헨 선수들은 로번에게 집중적으로 공을 돌렸다. 마지막 경기에서 로번도 골맛을 보게 해주려는 동료들의 배려였다. 후반 33분 코망의 크로스를 왼발로 침착하게 밀어넣은 로번은 특유의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며 활짝 웃었다. 동료들이 모두 달려와 로번과 리베리를 껴안으며 축하했다.

뮌헨은 5대1 승리로 승점 78(24승6무4패)을 기록, 이날 묀헨글라트바흐에 2대0 승리를 거둔 도르트문트(승점 76·23승7무4패)를 제치고 자력으로 7연속 우승을 확정 지었다. 로번은 "리베리와는 첫 훈련 때부터 감이 통했다"며 "그와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했다. 로번보다 두 시즌 먼저 뮌헨 유니폼을 입은 리베리도 "매일 혼자 체력훈련을 하는 로번은 좋은 자극제 같은 동료였다"고 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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