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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박세혁을 이끄는 힘 '주전포수 박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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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박세혁. 2019.5.14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박세혁을 이끄는 힘은 ‘주전포수 박세혁’이라는 타이틀이다.

두산 포수 박세혁(29)이 공수에서 펄펄 날며 NC로 둥지를 옮긴 FA포수 양의지(31)의 그림자를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박세혁은 지난해까지 양의지의 백업포수에 머물렀지만 기량은 타팀 주전급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도 경기출전 수 등에서 백업은 백업일 뿐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잘 하고 있다.

박세혁은 15일까지 43경기에 출전해 158타석 139타수 42안타 타율 0.302를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10개구단 포수 중 NC 양의지(타율 0.372)에 이어 2위다. 홈런은 1개에 불과하지만 2루타 10개, 3루타 5개로 ‘달리는 포수’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21득점과 21타점을 올리고 있는데 모두 양의지에 이어 두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FA포수 강민호(삼성), 이재원(SK)도 성적면에서 박세혁보다 훨씬 아래에 있다.

공격적인 요소 뿐만이 아니다. 15일까지 두산의 팀방어율은 3.12로 전체 1위다. 지난해에는 4.98로 3위였다. 투수진의 면면이 별로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수 박세혁의 리드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15일에도 조쉬 린드블럼과 호흡을 맞춰 7회 솔로홈런을 맞기 전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끌며 찰떡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세혁은 “최소 150타석 이상은 서봐야 평균 타격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절감한다. 지난해에도 150타석(170타수 타율 0.282)을 넘기긴 했지만 타석이 연결이 안됐다. 백업포수로 뛰다 보니 한 경기 한 타석에서 성적을 내야한다는 조바심이 있었다. 뭔가 배워도 연결이 안되는 느낌이 있었다”며 “그런데 올해는 주전으로 나서니 하루 못 쳐도 그 가운데 배우는 게 있고 생각한 걸 다음날 실험할 수 있게 된다”고 주전포수로 꾸준히 출장하는 장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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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2019.4.30 대전|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볼배합 등 투수리드 역시 마찬가지다. 박세혁은 “매일 매일 상대타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물론 양의지 형 뒤에서 ‘이럴 때는 이렇게’ 등을 많이 배우고 연구했지만 직접 계속 뛰는 것과는 다르다. 오늘 실수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날 보강하고 만회하게 된다. 성공 뿐만 아니라 실패해도 그걸 자양분 삼아 다시 발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주전포수로서 가장 큰 무게는 책임감이다. 매일 경기에 나가 피곤해도, 난타를 당하며 투수가 무너질 때도 주전포수로서 모든 책임과 비난을 감수하게 된다. 이는 곧바로 더 잘 해야겠다는 오기와 동기부여의 자양분이 된다. 몸이 부서지고 깨지면서도 “파이팅!”을 외치는 이유다.

이는 두산 김태형 감독이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가 FA로 이탈하자마자 차기 주전포수는 박세혁이라고 선언했다. 포수로 250경기 이상을 뛴 이흥련, 수비가 좋은 장승현 등 경쟁력 있는 포수들이 많았지만 주전포수는 박세혁이라고 못 박았다. 포수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전담포수를 고르고 싶어하는 투수들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14년말 두산 감독으로 부임해서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당시 양의지가 허리가 안 좋아 주춤하는 사이 최재훈이 두각을 나타냈었다. 투수들의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장점도 있어 그를 선호하는 투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양의지를 주전포수로 못 박았고 양의지도 이에 화답해 몸이 아파도 아프다는 말 없이 더 책임감을 갖고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2012년 입단한 박세혁은 지난해까지 297경기 575타석에 섰다. 그리고 올해 당당히 두산의 주전포수로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며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박세혁의 진화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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