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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성적과 편견에 발목 잡힌 김기태식 ‘우승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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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 3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김기태 감독은 기자와 대화 도중 부정적 일색인 댓글여론 관련 “(제가) 욕을 참 많이 먹고 있지 않나”라며 심경을 전한 바 있다.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이번 시즌은 팬들을 위해 좋은 야구를 해야 할텐데...”라는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다. 누구를 향한 원망과 자신을 위한 변명은 없었다. “다 제가 부족한 탓”라고 읊조린 그는 결국 지난 16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김기태호 KIA 타이거즈는 4년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동행 마침표를 찍었다.

2017시즌 KIA가 8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한 당시만 해도 이와 같은 결과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KIA 사령탑을 맡은 2015시즌 리빌딩 및 세대교체를 추진했고 2016시즌 가시적 성과를 이루더니 2017시즌 팀을 정상의 자리까지 올렸다. 형님리더십, 동행리더십으로 대표되던 KIA의 팀컬러는 내용과 결과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내면의 힘을 이끄는 데 주목했고 이는 2017시즌 KIA가 기대 이상의 저력을 뿜어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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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사진) 감독이 16일 광주 kt전을 마지막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이날 경기 전 모습.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하지만 우승의 달콤함도 잠시, KIA 성적은 지난 시즌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급기야 올 시즌은 최하위를 전전하는 굴욕을 겪었다. 우승 후 제대로 성과를 못 낸 세대교체 및 급격한 선수들의 기량저하 속 김 감독의 우승리더십도 소용없었다. 캠프 때 주축선수 줄부상 속 새 얼굴 발굴에도 눈을 돌렸지만 이미 힘을 잃은 KIA에는 백약이 무효했다. 자존심과 대의명분을 중요시하는 김 감독 스타일상 더 버티기 어려웠을 터. 결국 시즌 초반임에도 사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7시즌 파죽지세 정상을 넘보던 당시, KIA 관계자들은 평소 미소 속 한 켠에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현재 상황이 좋지만 냉정하게 우승전력이 아니었던 팀이 정상권에 진입하자 그에 따른 부담과 후폭풍을 토로했던 것. 야구계도 이를 정확한 지적이라 진단한다. 그리고 우승전력이 아닌 KIA 선수단의 전력을 몇십 배 끌어 올린 것 중 하나로 김 감독 리더십이 꼽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자긍심 고취, 허물 없는 리더십은 선수의 저력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됐다.

모든 감독이 그렇듯 김 감독 역시 공과 과가 있다. 우승의 성과 속 최근 쓰러져가는 KIA를 돌려세우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령탑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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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왼쪽) 감독은 지난 2015시즌부터 KIA에 친근함이 강조된 동행리더십 바람을 일으켰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다만 김 감독은 대중의 편견 속 특이하기만 한 사령탑은 아니었다. 선수단 전체에 큰 형님 같은 리더십을 선보였지만 그 어떤 사령탑보다 선수들에게 친근하고 적극적인 스킨십을 펼쳤다. 헌신한 베테랑들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동시에 신인들 기 살리는 데도 앞장섰다. 최근 같이 말, 행동 하나하나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세상서 팬들 관련 이슈에는 언제나 말을 아꼈다. 자신을 향한 시위대까지 등장한 마당에 속 마음은 어떨지는 상상이 가능했지만 항상 속으로 삭혔다.

김 감독의 KIA 사령탑으로서 마지막은 초라하게 끝이 났다. 사실 따지고보면 2016시즌 5위, 2017시즌 우승, 그 부진했던 2018시즌도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이지만 KIA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고 광주 및 전국에 KIA 야구바람을 불러일으킨 것 치고는 일부 팬들의 여론은 지나치게 매섭고 감정적이었다. 팬들이 그토록 성토하는 임창용 방출도 사령탑, 넓게는 구단으로서 불가피했던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내면은 가려지고 외형의 조각만 남은 셈이다. 그렇게 김기태호 KIA 타이거즈 시대도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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