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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류를 말한다](2) 박항서 감독이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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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8월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전 한국전에서 상대 선수로 만난 손흥민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베트남의 한류(韓流) 열풍은 매우 구조적이며 탄탄하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좋다보니 한류는 베트남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전파되고 있다. 베트남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7%대의 경제성장률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정체된 한국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서울이 4회에 걸쳐 베트남 한류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호치민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정진구] 2017년 10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만해도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큰 주목을 하지 않았다. 전임 미우라 토시야 감독의 실패로 외국인 감독, 특히 아시아 출신 지도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던 시기였다. 실제로 거의 해마다 축구 대표팀 감독이 바뀌고 있던 상황이라 박 감독 선임은 베트남축구협회의 빠듯한 예산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베트남 내에서도 유럽 지도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몸값이 문제였다. 박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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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전 한국-베트남전을 앞두고 베트남 응원단이 박항서 감독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내건 채 연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약 1년반이 흐른 지금 박 감독은 일약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일각에서는 재계약은 물론 종신감독으로 모셔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박 감독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등 각급 대표팀을 이끌고 승승장구했다. 지금껏 베트남 축구가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같은 업적을 이룬 적은 없었다. 좋은 결과가 쌓이고 쌓이다보니 베트남 축구팬들도 박 감독의 성과가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제 베트남에서는 누구도 박 감독의 리더십을 부인하지 않는다.

박 감독은 베트남 전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됐다. BTS(방탄소년단)가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면 박 감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대다수의 베트남인들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인물이 바로 박 감독이다. 한국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공짜 식사를 대접받고 공짜 사은품을 받는다. 필자 역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베트남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야말로 박 감독이 곧 한류 그 자체가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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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몸에 박항서 감독의 캐리커쳐를 새긴 팬이 응원하는 모습.


◇ 박항서 매직, 축구 한류 열풍
박 감독으로 인해 베트남의 스포츠 한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베트남 축구계의 한류 열풍이 거세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박 감독과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감독은 지난 12월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1 소속의 호치민시티FC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정 감독은 지난 시즌 호앙안지아라이 구단 총감독을 맡았으나 구단과 합의해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자 호치민시티FC가 야인이 된 정 감독과 곧바로 접촉해 계약했다. 이흥실 전 안산 그리너스 감독도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1 소속 비엣텔FC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정 감독의 호치민FC와 비엣텔FC는 주요 코칭스태프까지 한국 지도자들로 채웠다. 호앙안지아라이는 정 감독이 떠난 빈 자리를 역시 한국 지도자로 대체했다. 캄보디아 축구대표팀을 약 6년간 이끌고 지난 해까지 캄보디아 유소년 육성위원장을 역임한 이태훈 감독이 최근 호앙안지아라이 기술위원장 및 컨설턴트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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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콩푸엉의 인천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콩푸엉을 배려해 본식이 모두 종료된 후에야 회견석에 착석해 따로 질문을 받았다. 인천 | 김대령기자


◇ K리그 콘텐츠에도 관심 집중
축구 한류는 지도자 수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한국프로축구리그 K리그도 베트남 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주공격수 응우옌 꽁푸엉이 K리그1의 인천유나이티드FC로 임대된 것이 계기였다. 과거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트에 입단하면서 한국내에서 EPL 인기가 급증했던 것과 흡사한 현상이다.

지난 3월 1일 K리그 개막 후 인천유나이티드 홈페이지와 허가받지 않은 K리그 온라인 중계 사이트에 베트남 팬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축구 관련 팬페이지에는 K리그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중계를 볼 수 있는 공식 루트가 없다보니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베트남 팬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K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인천유나이티드 경기에 대한 스트리밍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서버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결국 폭발적 수요에 K리그는 베트남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 축구팬인 응우옌반녓씨는 “과거에는 주로 유럽축구를 봤지만 꽁푸엉이 뛰고 있고 박 감독이 있었던 K리그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실제로 축구 수준도 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류 스포츠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해 볼 만한 분위기다.

◇ 축구에서 스포츠 한류로 확산
박 감독 효과를 등에 업은 축구가 베트남 스포츠 한류의 포문을 열어젖힌 가운데 여타 스포츠로도 확산될 기미도 있다. 박항서 감독에 앞서 이명식 베트남 공안부 태권도사범 등이 베트남에서 태권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사격의 박충건 감독은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호앙쑤언빈을 지도해 유명세를 탔다. 이밖에 ‘4전5기 챔피언’으로 유명한 홍수환씨는 지난 해 태광 복싱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베트남 아마추어 복싱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강타자 이승엽도 지난 1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유소년 야구 클리닉을 열었다. 이승엽 야구장학재단의 이영석 사무국장은 “베트남 야구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한타임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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