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만원 관중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 4. 13.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 전국중계 ESPN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은 타자를 표기할 때 타율보다 OPS(출루율+장타율)을 앞에 둔다. 한국 최고·최신식 구장인 창원NC파크 전광판에도 양팀 타자들 옆에 OPS를 표기한다. 타자의 기량을 평가할 때 보다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은 OPS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A타자와 B타자가 똑같이 10타석 10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 타율에선 A와 B의 기량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A타자의 안타 3개에 홈런이 하나 포함돼 있고 B타자는 안타 3개가 모두 단타라고 가정해도 둘의 타율은 0.300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OPS에선 차이가 뚜렷하다. A가 홈런 1개, 단타 2개를 기록했을 경우 A의 OPS는 0.900, B의 OPS는 0.600로 차이난다. OPS는 타자가 타석에서 가져야할 최소목적인 출루와 최대목적인 장타를 모두 반영한다. 타율보다 많은 것을 보여준다.
물론 다소 낯설 수도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수십년 동안 타율이란 굴레에 갇혀있었다. 흔히 타자의 기량을 평가할 때 타율을 가장 앞자리에 두고 ‘3할 타자’와 ‘2할 타자’로 구분지었다. 그러나 야구의 승패는 득점과 실점으로 인해 결정된다. 득점 가능성을 높이는 출루, 득점 찬스를 만들거나 바로 득점을 올리는 장타로 인해 경기가 요동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 이동욱 감독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계속 보면 팬도 더 나은 지표임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창원NC파크 전광판이 OPS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광판에 타율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다. 타자가 타석에 서면 타율과 홈런수도 표기된다.
지난 14일(미국시간) ESPN 선데이나이트 베이스볼 중계화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타율보다 OPS를 앞에 두고 있다. | MLB TV. 캡처 |
창원NC파크 전광판은 투수의 평가 기준도 보다 다양하게 제공한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구속 외에도 구종, 체감구속, 회전수(RPM)을 표기한다. 지난 17일 NC와 LG의 창원경기에선 LG 신정락의 슬라이더가 RPM 2800이상을 기록했다. 중계 화면으로만 봐도 마구처럼 움직이는 신정락의 슬라이더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RPM이 높다고 무조건 구위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흔히 땅볼을 유도하는, 싱커로 대표되는 무빙 패스트볼의 경우 RPM이 낮아야 공의 변화도 심하다. 경기 내내 땅볼을 만들어내는 키움 좌완투수 에릭 요키시의 경우 싱커성 패스트볼의 RPM이 1600에서 1800을 오간다. 회전이 덜 먹힌 공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이처럼 창원NC파크에선 구속 만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투구의 성질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구단과 선수는 이렇게 급변하는 패러다임을 가장 먼저 취득하고 활용한다. NC의 경우 창원NC파크는 물론 2군 선수들이 사용하는 마산구장에도 나란히 최첨단 측정 장비를 설치했다. 이 감독은 “우리 타자들은 타격 컨디션을 판단할 때 타구속도에 비중을 둔다. 자신이 얼마나 좋은 타구를 생산하고 있는지 타구속도로 진단한다. 1군과 2군이 같은 기준에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들도 다르지 않다. 삼성 젊은 투수들은 경기 후 RPM과 익스텐션(투구판으로 부터 공을 놓는 손가락 끝까지의 거리)을 확인한다. 자신이 가장 좋은 컨디션이었을 때의 RPM과 익스텐션을 숙지한 가운데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불분명한 감으로 야구를 해석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냥 좋다, 나쁘다가 아닌 얼마나 좋고 얼마나 나쁜지 수치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시대다. 타율에서 OPS로, 구속에서 RPM으로 지표가 다양해지고 지표의 우위가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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