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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후회 따위는 없다" 이치로 은퇴, '석별' 아쉬워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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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분 기자회견, "일본 9년, 미국 19년 생활 마무리"

도쿄돔 구장서 경기 중 은퇴 소식에 객석 술렁

중앙일보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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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 시대 석별(惜別)’

일본 메이저리거 이치로(본명: 스즈키 이치로·46)의 은퇴 소식을 전한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스포츠면의 제목이다. 이치는 이치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하나(一ㆍいち)를 뜻하는 말로 이치로의 은퇴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치로는 29년 프로선수 생활 통산 3604경기, 타율 0.322, 4367안타, 708도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동시 석권은 프레드 린(1975년)과 이치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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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치 시대 석별' 이라는 제목으로 이치로 선수의 은퇴 소식을 전한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언론들은 22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이치로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시애틀 마리너스 소속의 이치로가 기자회견에서 “후회 따위 있을 리가 없다”고 한 말과 함께다.

이치로는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즌 두 번째 경기를 끝낸 뒤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은 자정에 시작돼 무려 85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치로는 “오늘 (3월 21일) 경기를 끝으로 일본에서 9년, 미국에서 19년 현역생활을 마무리한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한)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응원해준 여러분과 구단 관계자, 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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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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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한 이치로는,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마리나즈로 옮겼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안타 242개를 치며 신인왕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2010년까지 10년 연속 시즌 안타 200개 이상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다. 2001년 이래 10년 연속 빅리그 올스타와 골드 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치로는 은퇴 결심 시점과 관련해 “(시즌 시작 전) 스프링 캠프 종반 쯤,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것이 결단으로 이어졌다”면서 “후회 따위 있을 리가 없다. 현역에서 더 뛸 수도 있지만 결과를 남기기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치로의 은퇴 소식은 경기 중인 오후 7시 반쯤 전해졌다. 경기장은 팬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고, 8회초 이치로가 제4 타석에 서자 볼 하나하나에 경기장은 술렁거렸다. 6구째 범퇴를 당하자 관객석에서 이치로를 향해 “수고했어요”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시합이 끝난 후에도 팬들이 “이치로”를 외치자, 약 20분 뒤 경기장에 다시 나타난 이치로는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며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시애틀의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는 이날 이치로와 껴안은 뒤 더그아웃에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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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도중 기구치 유세이 선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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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50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다”고 공언해왔던 만큼, 이치로 은퇴 소식에 많은 시민도 아쉬움을 표했다. 효고(兵庫)현 고베(神戸)시를 연고지로 한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치로는 1995년 한신 대지진 당시 희망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한 고베 시민은 "당시엔 이치로 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이치로가 떠나서 아쉽지만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일 대결로 인상이 깊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30년 동안 일본을 얕볼 수 없을 정도로 이기고 싶다”는 자극적 발언을 한 적도 있다. 2009년 한·일 결승전에서는 3:3 동점 연장 10회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결승타를 기록하며 한국 야구팬들에게 아픈 기억을 남겼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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