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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야구 천재' 이정후, 회복력도 천재 '개막전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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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가 곧 돌아온다. 공을 잘 치고 잘 잡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회복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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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가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 꾸려진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 도중 부상 정도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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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지난해 10월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말 김회성의 타구를 잡고자 다이빙캐치를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지난해 11월 7일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했다. 재활 기간은 약 6개월로, 키움 구단이 예상한 복귀 시점은 오는 5월이었다. 이 일정대로라면 오는 3월 23일 시작되는 개막전은 물론 시즌 초반에는 이정후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정후는 놀라운 회복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주인공 울버린 같다. 수술 이후 바로 충남 논산의 육군 훈련소에서 4주 군사 훈련까지 받으면서 본격적인 재활 훈련은 12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도 지난달 말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더니 18일 자체 평가전에서 한 타석을 소화했다. 약 3개월 만에 방망이를 잡고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정후는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건우 트레이닝 코치님과 트레이너 선생님이 나만 바라보며 재활 훈련을 이끄셨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회복하고 싶었다"면서 "수비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프리배팅도 시작했다. 감독님께서 허락하시면 스프링캠프 기간에 평가전도 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이정후의 엄청난 회복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 감독은 "이정후가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재활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다"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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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 꾸려진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공을 때리고 있는 이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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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울버린급 회복력은 이미 지난해에 증명됐다. 지난해 6월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도중 3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 어깨를 다쳤다. 재활 기간이 6주가 예상됐던 이정후는 4주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그리고 타율 4할이 넘는 놀라운 타격을 선보이며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었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대체 선수로 발탁돼 금메달을 땄다.

이정후는 고교시절까진 심한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에 들어와서는 유독 아픈 데가 많았다. 지난 시즌에는 손가락·종아리·어깨 등 여러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정규시즌 144경기 중 109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정후는 "처음에는 부상을 당하면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러다 보니 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이후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어깨 정밀 검진을 받고 의사에게 결과를 직접 안 듣고 트레이너만 듣게 했다. 결과를 세세하게 듣고 나면 통증이 더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대한 부상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 그는 "어깨까지 다치면서 마음을 비웠다. 야구 경기도 안 보고 시원한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도 보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어깨 부상 후에도 가볍게 생각했다. 어깨 수술 직후 군사 훈련을 가는 것에 주위에서 걱정이 있었지만, 이정후는 마음 편하게 다녀왔다. 이정후는 "훈련소에서 나같이 어깨 수술을 받고 온 일반인이 있었는데, 어깨가 또 탈이 난 모습을 봤다. 그런데 나는 운 좋게도 아무 문제 없이 훈련을 마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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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는 이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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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막전 출전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장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절대 무리하지 않겠지만, 지금 상태를 보면 정규시즌 개막전도 가능하다"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정후도 내심 개막전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키움은 3월 23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는 지난해 잦은 부상에도 타율 0.355(3위), 출루율 0.412(6위), 57타점, 81득점 등으로 걸출한 성적을 기록했다.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서 1억2000만원이 오른 2억3000만원에 연봉 계약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3년 차 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 기록이다. 이정후는 올해 목표는 '부상 없이 전 경기를 뛰는 것'이다. 풀타임을 뛴다면 이정후가 어떤 대기록을 쓸까.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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