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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渾身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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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七단 / 黑 신민준 九단

조선일보

〈제11보〉(119~131)=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발생한 변화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투력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인간들에게 포석은 구름 잡듯 애매하고 추상적인 과목이었는데 AI가 이 고민을 상당 부분 해소해 주었다. 그 결과 한 판 바둑의 설계도로 대접받던 초반전이 요즘엔 기나긴 전투의 초기 단계쯤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AI로 인해 인간들의 바둑이 격렬해지고, 전투력 강한 기사가 더 각광받게 됐다.

△가 전보 마지막 수. 흑이 여기서 120 자리로 뚫을 수 있다면 이제 집으로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신민준은 4분가량 뜸 들인 끝에 120에 못 두고 119로 살았다. 참고도를 보자. 1이면 백이 2로 치중해 잡으러 오는 수가 성립한다. 3, 7로 끊어도 10의 호착으로 14까지 필연인데 A, B를 맞본다. 흑 B면 본체는 살지만 A를 당해 어차피 못 견딘다.

120 때 121로 또 후수가 불가피하다는 게 흑의 괴로움. 철벽을 구축한 백이 122부터 총공격 나팔을 분다. 백색 늪 속에 부평초처럼 떠있는 흑 ▲들이 어떻게 처리될지가 마지막 초점으로 떠올랐다. 131까지 붙이고 끊으며 돌파하는 모습에서 겹겹이 에워싼 조조의 대군을 단기(單騎)로 돌파하는 조자룡이 떠오른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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