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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설상 양다리' 평창 여왕, 슬슬 타도 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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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키·스노보드 동시 우승 '체코의 스타' 에스터 레데츠카

스노보드 월드컵 4·5차 1·3위 "평창이 내 편인 것 같네요"

"체코에서 이 선수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을걸요. 세계에서 딱 한 명뿐이잖아요."

17일 강원도 휘닉스평창 전광판에 에스터 레데츠카(24·체코)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광객 리처드 하라짐씨가 신난 얼굴로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이틀 전 아내와 딸을 데리고 휴가차 체코에서 한국으로 날아왔다가 이날 평창을 찾았다. 그는 레데츠카가 정상 등극에 실패했음에도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체코 국기를 흔들며 연신 "엑설런트"를 외친 올드르지흐 자이체크 주몽골 체코 부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레데츠카를 응원하기 위해 전날 몽골에서 건너왔다.

이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레데츠카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독보적인 이력을 세계 스포츠사에 남겼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알파인 스키(수퍼대회전)와 스노보드(평행대회전)를 동시 석권한 것이다. 이후 그는 세계 스포츠 매체에서 '스키어 겸 스노보더(skier-snowboarder)'로 불린다. '설상 이도류'인 셈이다.

조선일보

평창 ‘이상호 슬로프’ 질주하는 레데츠카 - 에스터 레데츠카가 17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FIS(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평행대회전 경기에서 질주하는 모습. 레데츠카는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사상 최초로 알파인스키와 스노보드에서 모두 우승한 세계 유일의 ‘설상(雪上) 이도류’ 선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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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데츠카에게 본업이었던 스노보드는 부담 없는 놀이터와 같다. 그는 16~17일 열린 FIS(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4·5차) 평창 대회 평행대회전 여자부 경기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걸었다.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레데츠카는 전날 대회에선 16강부터 차례대로 상대를 0.72초, 2.58초, 0.98초, 0.73초 앞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했다. 17일도 16강과 8강 상대를 모두 1.9초 차 이상 돌려세웠다. '간발의 차'란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평행대회전은 두 선수가 나란히 슬로프를 내려오며 속도를 경쟁하는 경기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이상호가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은)을 따낸 걸 기념해 '이상호 슬로프'로 이름 지은 곳에서 열렸다.

레데츠카에게 스노보드 메달 색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17일 4강전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는 바람에 동메달에 그쳤음에도 우승 때와 다름 없이 한손으로 꽃다발과 보드를 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작년 올림픽 때처럼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글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자회견 중 손뼉 치며 웃거나 "평창이 내 편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레데츠카는 사실 최근 스키 활강과 수퍼대회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2018~19시즌 개막 후 알파인 스키 대회에 3배 이상 많이 참가했다. 지난 4~5일 스키 세계선수권(스웨덴 아레)과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미국 파크시티) 대회 날짜가 겹치자 스키를 택했다. 그는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점차 스키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고 했다. 시즌 스키 최고 성적은 8위(지난 1월 이탈리아 월드컵 활강)로 스노보드에 아직 못 미친다.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레데츠카는 2년 뒤 스키와 스노보드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동시 우승을 노려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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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는 이상호 - 17일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딴 이상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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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부 이상호(24)는 자신의 이름이 걸린 슬로프에서 3위를 하며 2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은 5위였다. 이상호는 "부담이 컸지만 떨쳐냈다. 다음 중국 대회(2월 말)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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