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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배추보이 이상호, 다시 한번 평창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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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 동메달

휘닉스 평창 ‘이상호 슬로프’ 명명

중앙일보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의 ‘이상호 슬로프’를 날렵하게 내려오는 이상호.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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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이상호(24·대한스키협회)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코스(이상호 슬로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자존심을 지킨 데 따른 안도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내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올림픽 이후 처음 열린 국제 대회, 홈 팬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는 자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책임감을 느낀 듯했다.

‘배추 보이’ 이상호가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7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우파크 이상호 슬로프에서 열린 대회 스몰 파이널(3·4위전)에서 마우리치오 보르몰리니(이탈리아)를 1.39초 차로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이상호는 이에 앞서 매년 함께 훈련하는 실뱅 뒤푸르(프랑스)와 치른 4강전에서 마지막 기문 3개를 남겨놓고 미끄러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상호가 월드컵 무대에서 포디움(4강 이상)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6년 12월 카레차(이탈리아) 대회에서 4위에 올랐고, 2017년 카이세리(터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에는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운영하는 휘닉스 평창은 이상호의 은메달을 기리기 위해 알파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경기가 열린 코스를 ‘이상호 슬로프’로 명명했다.

이번 월드컵은 지난해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바로 그 코스에서 열렸다. 올림픽이 끝나고 바로 다음 시즌에 그 코스에서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운영하는 휘닉스 평창과 대한스키협회가 “평창올림픽 1주년을 기념하는 월드컵 개최가 필요하다”며 FIS를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다. 휘닉스 평창측은 “이상호 슬로프를 비롯해 하프파이프, 모굴, 슬로프스타일 등 ‘올림픽의 유산’이랄 수 있는 경기 시설을 대부분 보존하고 있다”면서 “스노보드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올림픽 때와 맞먹는 설질과 운영 시스템을 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다시 찾은 올림픽 코스에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남자부 우승자 안드레아스 프롬메거(오스트리아)는 “2017년부터 여러 차례 평창을 방문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도, 슬로프도 늘 최고다. 또 한 번 행복한 일주일을 보내고 간다”며 활짝 웃었다. 여자부 우승자 라모나 호프마이스터(독일)는 “경기 코스와 준비 상태·운영까지 모두 월드클래스였다. 월드컵을 치를 자격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1년 만에 열정적인 국내 팬들 앞에 서니 부담스럽기도 했다”면서 “특히 내 이름을 딴 슬로프에서 경기를 펼칠 때는 흥분이 돼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평창올림픽은 끝났지만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후배들과 함께 한국 겨울 스포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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