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권아솔이 롤모델인 '천재복서' 김태인 "격투기는 나의 꿈!"[파이터열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김태인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드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아마추어 복싱 전적 15전 15KO승으로 ‘천재복서’라 불리며 한국 복싱을 이끌 대표주자로 뽑혔던 김태인. 지난해 로드FC 051을 통해 격투기 무대에 데뷔했다. 김지훈를 상대로 한 데뷔전의 결과는 2라운드 TKO승. 그의 명성에 걸 맞는 성적표였다.

지금으로부터 8년전 김태인은 천부적인 실력과 감각으로 한국 복싱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까지 올랐지만 상대선수를 경기 중 폭행, 아마추어 복싱 계에서 영구제명 됐다. 긴 방황 끝에 그가 잡은 것은 격투기. 병영에서 격투기를 보며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비록 신인에 불과하지만 선수와 관계자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미래의 챔피언감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기대가 크다. 그가 매일 마주하는 것은 케이지와 샌드백. 26살의 키 크고 잘 생긴 청년이지만 또래처럼 놀 시간이 없다. 긴 방황을 메꿔야 하는 절실함 때문이다.
스포츠서울

김태인이 압구정동 로드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프로필이 궁금하다.

185㎝-93㎏이다. 1993년 부산 김해에서 출생했다. 초중고를 김해에서 다녔다. 대학에서는 사회체육을 전공했지만 격투기에 입문하면서 휴학했다. 군대는 자주포 포병으로 입대, 2013년에 만기제대했다.

- 복싱을 시작한 계기는.

중학교 때 복싱 학원에 다니다 관장님의 권유로 시합에 출전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주변에서 재능이 출중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 복싱에서 제명된 이유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했다. 결승전에 올랐는데 기싸움이 치열했다. 초반에 수싸움이 심해 서로 도발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홀딩 상태에서 상대선수인 박광민이 얼굴에 침을 뱉어서 굉장히 불쾌했다. 나도 욕을 했지만 모욕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어 클린치 상황에서 심판이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박광민이 펀치를 날렸다. 명백한 반칙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참았어야 하는데 흥분했다. 박광민을 들어 올려 내리꽂은 후 발로 가격했다. 행위 자체가 과격해서 제명됐다. 박광민이 먼저 시비를 건 것이 발단이 됐지만, 어쨌든 나의 책임이 더 컸다. 자인한다.

- 화해했는지.

사이좋게 잘 풀어서 지금은 잘 지낸다. 전화도 자주한다.

- ‘김해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있다.

철이 없을 때 싸움질을 많이 하고 다녔다. 그래서 그런 별명이 생겼다. 격투기에 데뷔한 후 나에 대한 기사에 악플이 많았다. 사실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특히 칼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했다는 사실은 전혀 아니다. 전과도 없다. 아무래도 놀았기(?) 때문에 부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가족을 들먹거릴 때는 속상하다.

- 조직폭력배 단체의 유혹도 컸을 텐데.

많았다. 그래서 그런 형들과 싸움을 많이 했다. 조직폭력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나에게 시비를 많이 걸었다. 나에게도 원칙은 있었다.

-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다고 연락이 오면 도와줬다. 특히 여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면 참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보다 세 살 많은 형들이 공원에서 여자를 성희롱하는 걸 보고 형들과 싸워서 여자를 구해줬다. 최근에는 한 학생이 열 명의 학생들한테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구해줬다. 부모 없이 동생하고 사는 고아 같은 처지의 학생이어서 더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고 하더라. 주변에 어른들도 많았는데 구경만 했다. 내가 나서서 구해줬다. 또 차 석대를 들이받고 정신을 잃은 사람도 구해줬다. 경찰이 표창을 준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웃음)

스포츠서울

김태인이 압구정동 로드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격투기를 하게 된 계기는.

복싱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돼서 생각 없이 살았다. 혼자 있고 싶어서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 로드FC 경기를 보게 됐다. 그때 ‘이거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부터 모든 것을 격투기에 집중했다. 돈이 생기면 격투기 장비만 샀다.

- 데뷔전이 원래 2017년이었다고 들었다.

너무 열심히 훈련했다. 훈련하면서 어깨도 다치고, 무릎도 터졌다. 1년 동안 쉬게 됐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동안 격투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됐다.

스포츠서울

김태인이 압구정동 로드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압구정동 로드짐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해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아예 작정하고 로드짐부터 찾았다.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 권아솔을 비롯해서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라인재, 박창세 감독이 지도하고 있다.

박창세 감독님은 전체적인 스타일에 중점을 둬서 지도해주시고 있다. 그래플링에 취약해 레슬링에 역점을 두고 가르쳐주셨다. 나의 장점인 타격에 레슬링을 접목해 파이터다운 모습을 만들어 주셨다. (권)아솔이형과 (라)인재형과는 스파링 위주로 훈련하고 있다. 실전 같은 스파링이어서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다.

- 유명 선수들과 훈련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나에게는 우상이었던 선수들이다. 그런데 함께 운동하니까 ‘똑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되레 신기했다.(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아솔이형이다. 거침없는 스타일이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껴줘서 고맙다. 아솔이형한테 많은 것을 배운다. 하지만 싫은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술을 안 먹어서 형들이 술을 먹으면 내가 항상 대리기사를 해야 한다.(웃음)

- 두 번째 경기가 궁금하다.

아직 잡히지 않았다. 손이 골절되어 있는 상태다. 데뷔전에서 다친 것은 아니고 훈련하면서 다쳤다. 진통제를 맞으면서 버텼다. 케이지에 오르고 싶어 대회사에 숨겼다. 빨리 회복해서 케이지에 오르고 싶다.

- 가장 감명 깊게 봤던 경기는.

권아솔 vs 구아바라 기요시, 권아솔 vs 사사키 신지, 권아솔 vs 이광희 등 세 경기다. 아솔이형과 같은 팀이어서 경기를 할 때마다 봤다. 세 경기의 특징은 선수가 격투기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다. 구아바라 기요시에게는 치욕의 KO패를 당했지만 사사키 신지에게는 KO승을 거뒀다. 이광희와는 세 차례 대결을 펼쳐 1승1패를 기록한 후,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겼다. 바닥에서 정상으로 올라오는 등, 케이지에서 인생을 배우게 해줬다. 현장에서 봤기 때문에 더욱 공부가 되고, 기준이 되었다.

- 나에게 격투기란.

사람마다 스스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 나에게 가장 행복한 그림은 승리한 후 박수를 받을 때의 모습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뛰고 멋진 모습이다. 그것이 격투기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